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 BWV 988

 구름나무
구름나무

 

비킹구르 올라프손(1984~ )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입니다. 피아노 소리가 얼음처럼 투명하고 아름답지요? 75분 분량의 전곡 연주를 담기 위해 25년의 세월을 연마한 그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과 예술의 전당 등에서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이 아리아는 영화 〈양들의 침묵〉(1991)과 〈잉글리시 페이션트〉(1996)에 삽입돼 유명합니다. 소리를 색감으로 느끼는 아이슬란드 출신의 명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건반 위에 펼쳐지는 작은 우주와 같다”고 감탄했다는데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까요?

1741년, 바흐는 〈클라비어 연습곡〉을 출간했는데  그중에는 ‘2개의 건반을 지닌 쳄발로(피아노의 전신)를 위한 G 장조 아리아에 의한 30곡의 변주곡(원제)’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바흐가 쓴 건반악기를 위한 마지막 작품답게 자신의 모든 작곡 기교를 쏟아부은 곡으로  작센의 영주였던 카이저 링크 백작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썼다고 전해집니다. 잠 못 드는 사람을 위해 하프시코드 연주자 골드베르크가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을  바흐에게 의뢰했다는 것인데  사실 여부를 떠나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곡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란 제목은 바로 이 연주자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리아에서 시작해서 30개의 변주곡을 거쳐 다시 아리아로 돌아오는 순환구조입니다. 바흐는 30곡을 3으로 나눠 3개의 곡을 한 조로 10번 배열하였습니다. 그리고 3의 배수가 되는 3, 6, 9 등의 곡들은 카논(Canon*) 형식으로 음정이 1도씩 증가하여 27번 변주에 이르면 9도가 되도록  수학적 변화를 줬습니다.  

* 카논 : 한 성부가 주제를 시작하면 다른 성부가 똑같이 이를 따라서 화성 진행을 맞추어 나가는 음악 형식 

그런데 마지막 10번째 카논이 되어야 할 30번 변주에 이르면  쿼드리베트(Quodlibet**)형식으로 연주함으로써 이러한 구조를 단번에 무너뜨리고 다시 처음의 아리아로 돌아가게 됩니다. 바흐의 엄격한 얼굴에 비친 미소처럼 유머러스한 반전입니다. 

** 쿼드리베트: 라틴어로 ‘좋을대로’라는 뜻. 잘 알려진 두 가지 이상의 선율을 하나의 악곡으로 결합한 형식

하얗고 검은 피아노 화선지 위에 펼쳐지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밤하늘에 펼쳐지는 우주와 같이 매혹적입니다. 주제 아리아가 제시된 후 이어지는 변주곡들을 거쳐 다시 아리아로 돌아오는 과정은 수많은 경계를 만나 흔들리다가 우리의 마음을 굽이굽이 찾아가는 여정과 닮았습니다.

미국의 피아니스트 로잘린 투렉(1913~2003)은 이 곡을 두 번이나 녹음했는데, 모노로 된 첫 번째 연주가 담백하고 청정한 맛이 있습니다. 바흐 음악의 뛰어난 해석가인 글렌 굴드(1932~1982)의 연주도 빼놓을 수 없는 명연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하프시코드나 피아노로 주로 연주되는데 첼로 등 현악기는 물론 오보에로도 연주되며 변주곡인 만큼 재즈 버전도 있습니다. 

바흐의 음악은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현재형입니다. 참마음 찾아가는 여정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동행하면 어떨까요?

 

▲튜렉

▲ 현악기

로잘린 튜렉 ‘골드베르크 변주곡’ LP
로잘린 튜렉 ‘골드베르크 변주곡’ LP

/죽전교당

[2024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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