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 훈련기관협의회 연수 특강
“한국인, 제도 종교에는 관심 없지만 종교적·영적 욕구 있어”
3040세대에 대한 연구와 소모임 활동 지원으로 활력 높여야

[원불교신문=장지해 편집국장] “설문 조사를 해보면 무종교인 절반 이상이 ‘종교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인들에게는 종교적·영적 욕구가 있는데, 제도 종교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2월 1일, 원불교 훈련기관협의회 연수 특강 시간에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가 전한 말에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이 담겨있었다.

이날 지 대표는 지난해 조사된 한국 사회에서의 종교 인식 결과를 공유하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출간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4>를 기반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을 진행하는 동안 지 대표는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물론, 원불교의 교화 방향에 대한 조언도 더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가파른 속도로 탈종교화 되어가는 한국사회의 흐름을 언급한 지 대표는 “199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17년을 기점으로 무종교인의 비율이 종교인의 비율을 넘어섰고, 이후 간격은 급격히 벌어지며 지난해 기준 무종교인 비율 62.9%, 종교인 비율 37.1%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최근 10년 사이 개신교 인구 비율도 6%p 하락했지만, 특히 불교 인구 비율은 10%p 가량 급감했다”고 설명하면서 “원불교가 살아나려면 불교와 차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종교 인구 가운데 불교 인구가 특히 더 가파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불교와의 차별성을 가질 때 원불교만의 강점과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4>에서 짚어낸 핵심 10가지(교회 리빌딩, 외로운 크리스천, OTT 크리스천, 밈 제너레이션, 약한 고리 3040, 교회 거버넌스, 처치 인 처치, 어시스턴트 포비아, 다시 선교적 교회, 인에비터블 컬트)를 바탕으로 종교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지 대표는 교화(선교)의 핵심을 3040세대와 소모임에 집중해 설명했다.

그는 “교회(종교)를 이탈하는 연령대를 20~30대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40대도 많이 떠난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3040이 가장 가난하고 힘든 세대다. 원불교에서도 30대와 40대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인구 변화 추이 조사를 보면 실제로 최근 10년간 20~40대에서 모두 절반가량이 감소했다.

지 대표는 ‘교회의 약한 고리, 3040세대’의 특징을 ‘절반 이상이 직장 스트레스와 가사·육아로 몸과 마음 지친다’, ‘하나님을 믿지만 그리스도는 잘 모르겠다 34%’, ‘코로나19 이후 현장예배 이탈률 43%→신앙수준 약화’, ‘현장예배 이탈 3040, 10년 후 교회 이탈 의향 73%’, ‘이들의 자녀들 교회학교 불출석’ 등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교회(종교)에 3040 세대를 위한 직장인 모임(70%), 부부·육아 모임(80%) 필요 요청이 많음을 언급하고, 교회 내 아이돌봄 역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85.6%)고도 말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많이 강조하는 원불교가 이 역할을 잘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특히 지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목회자가 기독청소년 신앙생활에 가장 큰 영향자 2위였지만, 지금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1·2위로 나타난다”며 3040세대 목회는 다음세대(0세~중고등학생) 목회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된다는 점을 짚었다.
 

소그룹을 ‘처치 인 처치(Church in Church)’로 표현한 그는 “목회자들에게 향후 성장 가능성 있는 교회 특성을 물어본 결과 ‘소그룹 모임이 활발한 교회’를 1순위로 꼽은 목회자가 24%로 나타났고, 1순위와 2순위로 꼽은 비율은 50%에 달한다”면서 “소그룹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도 삶의 나눔, 공동체성, 신앙자극 등에 대해 최소 87%에서 93%까지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소그룹 활동자는 교회 내 전도자 역할도 한다”며 전도 대상자를 마음에 정한 적이 있는 사람 중 전도 대상자를 교회에 초청한 비율을 분석해보면 소그룹 활동자가 17%, 소그룹 비활동자가 4%로 실제 4배 이상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화(OTT 크리스천)에 있어서도 주목할만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성장한 10% 교회의 정답이 온라인에 있었다는 결과를 전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고 예배 회복률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1월 85%, 12월 86%로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현장예배 회복도가 멈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온라인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목회자와 교인의 인식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목회자의 경우 온라인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을 정식 교인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절반에 그치지만, 교인들의 경우 ‘온라인으로 예배드려도 교회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든다’가 82%, ‘온라인 예배 참여시 목회자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가 53%라는 것이다. 해당 결과에 대해 지 대표는 “교인들은 교회를 나가지 않더라도 신앙생활의 끈을 놓지 않고 싶어하는데, 오히려 교회가 끈을 놓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2024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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