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서 교무
김인서 교무

 Q. 아이에게 잘못을 지적하면 시어머니께서 “넌 아기에게 잔소리가 너무 많다”고 하십니다. ‘내 아기’이기에 옳은 방향 안에서는 훈육을 주관대로 하고 싶은데 이게 잘못된 걸까요? 잘못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조율해나가야 할까요?

 A.  정토님의 고민은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겪는 문제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동일한 열망입니다. 이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자녀가 바르게 성장하느냐’와 ‘시어머니의 간섭이 정당한가’입니다.

우선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 훈육 없이 모두 수용해 주자는 입장과 그릇된 행동은 잘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은 아동관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첫째, 훈육이 필요 없다는 것으로 인간이 태어나면서 순수함, 선함을 타고 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둘째, 성악설의 입장으로 교육이나 훈육을 통해 자녀를 바르게 지도하지 않으면 인간의 성품이 악해져서 성장 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입장입니다. 세 번째 입장은 백지설입니다. 인간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태어나 성장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질문한 정토님 가정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결론 내리기 힘든 과제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도움을 조금 드리자면, 아마도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백지설’의 입장이었던 듯합니다. 백지설의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 주는 게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단서가 붙습니다. 타인에 피해를 주거나 도덕적 행위에 어긋날 경우에는 분명 훈육이 필요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훈육(訓育)’의 한자를 잘 살펴보면 ‘말씀 언(言)’변에 ‘내 천(川)’자가 있습니다. 이는 자연의 이치를 부모의 생각과 행동과 말로써 가르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훈육은 나무라거나 꾸짖는 게 아닙니다. 

다시 글의 앞머리로 돌아가 시어머니의 간섭이 정당한가에 대한 답변을 드려야겠습니다. 내 나름의 원칙을 세워 가르치려 하는데 시어머니가 옆에서 핀잔을 줍니다. 부모로서 권위를 잃고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한 아이를 가르치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이 요란해지면 상황을 바로 보지 못하고, 습관대로 처리하기 쉬우니 먼저 마음에 온전함을 챙겨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자녀를 가르칠 때 부모 자신이 먼저 상봉하솔의 도에 어긋남이 없이 행하라 하셨습니다. 아이가 무자력할 때는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엄부와 자모의 역할이 적절히 분배돼야 합니다.

/반송교당

[2024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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