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김용옥 정지창 이은선 외 지음 |26,000원 | 창비
백낙청 김용옥 정지창 이은선 외 지음 |26,000원 | 창비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자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를 얼마나 잘 감당해내고 있는가. 현 시대의 위기를 개벽사상으로 꿰뚫은 대담집이 출간됐다. 

<개벽사상과 종교공부>는 백낙청, 김용옥 등 이 시대의 스승이자 종교 전문가 9인이 고품격의 토론을 펼치며 오늘의 위기를 돌파할 적실한 방법으로 개벽사상의 연마를 제안한다. 이 책은 동학에서 시작해 천도교, 원불교, 기독교까지 섭렵하며 한반도 고유의 사상적 자원으로서 개벽사상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3장 원불교, 자본주의 시대의 절실하고 원만한 공부법’에서는 방길튼·허석 교무가 원불교의 역사와 기본교리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소개한다. 이를 되짚으면 한반도의 후천개벽사상이라는 거대한 흐름, 그 전통이 원불교의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에 이르러 한층 보편화된 K-사상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의 보편윤리로 승격될 가능성이 있는 원불교의 주요 교리, 특히 ‘사은’ 사상에 대한 백낙청의 상세하고 흥미로운 소개와 소태산 대종사의 설법에 대한 해설은 오늘날 약탈적 금융자본주의를 향한 의미심장한 경계로 들린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는 시대에 마땅히 이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우리가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정의와 경우에 맞는 이치를 실행하는 정신개벽을 ‘힘닿는 대로’ 추구하자고 요청하는 원불교의 원만한 마음공부법은 무엇이든 완벽한 성취를 강요당하는 현대인들에게 위안이 되는 가르침을 전한다. 

본 책은 K-사상의 역량을 확인하고 세계화의 가능성도 조명했다.  서구 중심의 고답적 사유를 뛰어넘어 문명전환의 새 시대로 나아갈 참신한 영감을 불어넣을 책이다.

[2024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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