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일승 교무
구일승 교무

“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 “네”
“자살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나요?” “네, 어떤 도구를 쓸지 어디서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
“실제로 행동에 옮겨본 적도 있나요?” “아니요, 생각만 해봤어요.”

지난해 여름, 군 생활을 힘들어하던 용사와 나눴던 대화다.

축 늘어진 어깨와 생기 없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한 마디 한 마디 들숨과 날숨 사이에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대화를 이끌었던 상담. 혹여 나의 말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봐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하며 아슬아슬한 상담을 이어갔다. 

줄타기와 같은 상담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힘은 바로 하루 전에 교육을 받았던 어시스트(ASIST, 실용적 자살중재기술훈련) 과정이었다. 어시스트 과정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연기했던 강사님의 분위기를 용사와 마주한 첫 순간에 느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하루 전 교육받았던 내용을 떠올렸다. 자살 생각을 묻기 전에 내담자의 반응과 태도에 충분히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청소년 상담사로 활동해 온 경력이 있음에도,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는 쉽지 않았다. 

용사는 모든 대화의 답이 부정적이고 희망이 없었다. 잦은 한숨과 흐릿한 시선을 마주하는 내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함께 가라앉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혹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다음 상담 시간을 약속하며 부대 앞까지 용사를 데려다주고 교당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시스트 핸드북을 펼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빠진 부분은 없었는지 다음 상담은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하며 상담내용을 정리했다.

군종교구에서 3년째 생명존중 감사잘함 캠페인을 진행해오면서 ‘자살’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타인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생명지킴이’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몸마음지킴이’를 양성해왔던 노력이 ‘다시 살림’이라는 문화사회부의 자살 예방 전문가 과정을 통해 사명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다시 살림’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원불교 자살 예방 전문가’라는 과분한 자격을 부여받았다. 교당 입구에 붙어있는 ‘원불교 자살 예방 전문가’라는 현판을 볼 때마다 전문적 도움을 주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자살시도를 했던 가출청소년과의 상담, 아들의 천도재를 지내며 자살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던 부모와 조부모의 마음을 보살피지 못했던 순간들이 잊히지 않는다. 

올해부터 자살예방상담전화가 109번으로 변경됐다. 원기 109년에 제4대를 시작하는 원불교가 자살 예방에 더 힘써야 하는 때임을 알리는 반가운 소식같다. 올해는 부디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사람들이 줄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전문가가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

/충경교당, 원불교다시살림전문가

[2024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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