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슬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컨설턴트
의료봉사 다니던 아버지 뜻 이어, 대한민국 인재상

임윤슬 교도
임윤슬 교도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버스 타듯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일하는 국제기구 직원. 세상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농업을 연구하고 동티모르 오지에까지 식량키트를 전하는 사람. 영화 주인공 같은 이런 삶이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컨설턴트 임윤슬 교도(법명 윤정, 청학교당)의 것이다. 최근 한국장학재단 주관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그는 이제 겨우 서른 살. 날개는 갓 펼쳐졌을 뿐이다.

“한의사였던 아버지(故 임성일 교도)는 매년 개발도상국으로 의료봉사를 가셨는데, 제가 중학교 때 라오스에 따라간 적이 있어요. 굶주린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니 허겁지겁 먹는데 놀랐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로부터 제 꿈은 ‘누구나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꿈은 무럭무럭 자랐다. 농업경제학을 공부했고, 국제구호, 적정기술에 파고들었다. 언젠가 있을 국제기구의 기회를 위해 매일 8시간씩 영어공부도 했다.

“2018년에 6개월간의 몽골 인턴에 합격했는데, 당시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안 가려고 했었어요.”

허나 병상의 아버지는 딸에게 “가라, 가서 네 꿈을 펼치며 많은 이를 도와라”고 말했다. 울면서 짐을 싸고 아버지를 뵀다. 딸은 그것이 마지막일 줄 알면서도, 끝내 아버지에게 등을 떠밀렸다. 결국 몽골에서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그 뒤로는 어려운 현장에 가면, 의료봉사하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요. 함께 있는 것 같고, 아버지의 응원도 느껴지죠.”

그 후로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을 거치며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 오지에서는 한국인을 처음 본 아이들이 달려와 그를 만지기 일쑤, 지프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찾아낸 민가 화장실은 흙으로 덮은 구덩이였다. 아무리 조심해도 탈이 났고, 긴장은 일상이었다. “왜 그리 힘들고, 위험하게 사냐고 많이 물어요. 사실 대한민국이 이런 도움을 받았던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이고, 그사이 이렇게나 발전해 우리가 줄 수 있게 됐죠. 그 은혜를 갚으며 동포은과 타자녀교육을 실천하는 것, 그런 보은의 삶이 감사해요.”

올해 그는 부산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본사가 있는 로마 시간으로 살고 있다. 모처럼 한국에 돌아와 엄마(김소현 교도)와 함께 사는 시간이 달콤한 그. 세상을 향한 진심, 아버지를 향한 효심 못지않게 신심도 살뜰하다. 

“얼마 전 프놈펜 탁아소에서 (원불교)교법이 세상에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어요. 세계의 교당이나 세계봉공재단이 국제기구나 UN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우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제안서를 내는 데도 힘이 되고 싶어요.” 

우리는 이토록 귀한 인재를 품고 있었다. 그와 함께, 덜 배고프고 더 행복한 세상 만들 날들이 기대된다.

[2024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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