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타이스〉에 흐르는 ‘명상곡(Meditation)’

 

〈하늘호수〉 구름나무 作
〈하늘호수〉 구름나무 作

최근에 읽은 음악 에세이 이야기입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한 장례식장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아름답고 명상적인 곡이 연주되자 조문객들은 옷깃을 여미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더욱 경건하고 뜻있게 만든 이 음악이 바로 ‘타이스 명상곡’으로, 상주가 직접 연주를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고인에 대한 기억과 함께 이 곡은 모두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았을 것입니다. 

‘타이스 명상곡’은 쥘 마스네(Jules Mass-net)*의 오페라 <타이스>에 나오는 간주곡(인터메조, Intermezzo)입니다. 인터메조란 오페라의 막과 막 사이를 가리키는 용어로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짧게 연주되는 관현악곡입니다. 1894년 초연된 〈타이스〉는 아나톨 프랑스의 소설에서 소재를 얻어 향락에 빠진 무희 타이스와 그녀를 구원하려는 수도승 아타나엘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습니다. 

3막짜리 이 오페라의 2막 1장과 2장 사이에 연주되는 간주곡이 바로 ‘타이스 명상곡’입니다. 타이스를 찾아온 아타나엘은 그녀에게 방탕한 생활을 접고 신앙의 세계로 귀의하라고 설교를 합니다. 
 

〈타이스〉 초연 포스터
〈타이스〉 초연 포스터

타이스는 아타나엘의 진심 어린 호소에 감동하지만 한편 그를 유혹하고 싶어 향락과 신앙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장면에 ‘명상곡’이 흐릅니다. 고뇌하는 타이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이 선율은 3막의 피날레에서 그녀가 회개하고 죽어가는 장면에도 다시 나옵니다. 

‘명상곡’의 원곡은 관현악곡이지만, 선율이 우아하여 바이올린 독주용으로 편곡돼 자주 연주됩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과 경건하면서도 관능적인 하모니는 마스네의 뛰어난 음악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정결한 하프의 분산화음에 실려 시작되는 서정적이고 고아한 주제 선율은 중간부에 이르러 타이스의 마음이 교차 되듯 감정이 격해졌다가 침잠하듯 점점 약해집니다. 그리고 명상에 잠긴 선율은 마지막 부분에서 꺼질 듯 사라져갑니다. 짧은 간주곡이지만 타이스는 회개를, 아타나엘은 번민을 시작하는 중요한 분기점을 이루는 곡으로 오페라 전체를 끌고 가는 중요한 선율이 됩니다.
 

 

기도를 통해 종교적 죽음을 맞는 무희와 회개하라고 설득했던 수도승이 막상 무희의 미모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게 되는 비극적 엔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년 가을 강원도 고성 건봉사 불이문(不二門)을 지났던 기억이 문득 납니다. 모든 경계마다 번민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모습이지만 선악이 둘이 아니고 생과 사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가르침을 깨닫고 경계를 이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고뇌하고 명상하는 인간을 그린 ‘타이스 명상곡’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 쥘 마스네(1842~1912)는 파리음악원에 입학, 피아노와 작곡 등을 수학. 1863년 로마대상을 받고 이탈리아에 유학 후 오페라 작곡에 전념하여 〈라올의 왕〉으로 명성을 얻은 음악가다. 〈마농〉, 〈베르테르〉, 〈타이스〉 등의 걸작을 발표하면서 오페라 작곡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굳힌 그는 오페라 이외에 관현악곡, 가곡, 피아노곡, 종교음악 등도 썼으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감성을 선율로 표현했다. 
 

 

마이클 래빈-‘타이스 명상곡’ LP 커버
마이클 래빈-‘타이스 명상곡’ LP 커버

/죽전교당

[2024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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