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82상(성체 상): 성체가 원형 십자가를 갖는 이유는?

성체는 로마 가톨릭에서 말하는 ‘미사의 빵’, 곧 성찬 시 사용된 ‘거룩한 떡’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방 교회에서는 성찬 시 누룩 넣은 빵을 사용한 데 비해, 서방 교회에서는 9세기부터 누룩 없는 빵을 사용했다. 

‘미사의 빵’에는 십자가나 알파와 오메가 등의 특정한 상징물 문양이 새겨졌다. 초기에는 독실한 신앙인들이 성체를 정성껏 만들었으나 점차 수도승에게 위임돼 세심한 절차로 만들어지고 있다. 정교회에서 성체로 축성하는 빵은 프로스포라는 누룩이 들어간 빵이다. 

반면 가톨릭교회는 “라틴 교회의 옛 전통에 따라 누룩 없는 빵을 사용하여야 한다”(교회법 926항)고 규정하고 있다. 누룩의 유무는 예수 그리스도가 성찬례를 제정한 것이 파스카 축제일에 일어났는지/아닌지에 관한 견해 차이에서 생긴다. 파스카 축제는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것을 기념하는 날로, 이날 유대인들은 누룩 없는 네모난 모양의 빵을 먹었다. 가톨릭교회는 성찬례 제정, 즉 최후의 만찬이 파스카 축제일에 행해진 것으로 본다. 
 

교회가 누룩 없는 빵을 성체로 축성하는 것은 단순히 예수의 만찬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성체성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롭게 완성된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교부들은 전례 헌장을 통해 성체성사를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마음을 은총으로 가득 채우고 성도가 미래 영광의 보증을 받는 파스카 잔치”(47항)라고 설명한다.

천주교에서는 성찬례에서 사용하는 빵을 그리스도 몸의 실체로, 포도주를 그리스도 피의 실체로 선언한다. 여기서 적색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붉은 피를 상징하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누룩 없는 빵, 그것도 유대인들이 즐겨 먹던 네모난 모양의 빵이 아닌 십자가 원형의 성체가 그리스도 몸의 실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징성, 즉 우리 눈에 보이는 빵의 모습은 형태에 불과하고 인성과 신성을 모두 지닌 그리스도 몸의 실체를 상징한다. 원형만큼 보편적 진리를 상징하는 도형은 없다.

천주교의 ‘가톨릭’이라는 말은 의미가 ‘보편적’, ‘일반적’, ‘공변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가톨리코스(Katholikos)에서 유래한 것임을 첨언한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4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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