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인터넷에 ‘접속’ 할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영성과 ‘접촉’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사람들은 AI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교회 ‘초원’에서 기도하고, 로봇 승려 ‘마인다’를 보러 오래된 사찰을 방문한다.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성직자(聖人)도 생성형 AI로 구현해내는 시대, ‘종교’는 무엇을 살피고 어디로 향해야 할까.
 

초원, 2030 만명 이상 방문하는 메타적 ‘교회’
“헌금, 얼마나 내요?”

감히 묻기 어려웠던 질문을 과감히 내뱉자 1분만에 뚝딱 답이 나왔다. 

“개인적인 결정이며 자신의 마음과 형편에 따라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억지로 하지 말고 마음에 정한 대로 드리되 기뻐하는 자를 사랑하시니’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가상의 인터넷 속 교회 ‘초원(前 주님AI)’을 통해 늦은 밤, 침대 위에서 마주한 가르침이다. 

초원은 이용자의 고민에 대한 신학적인 대답과 그와 관련한 성경구절 및 기도문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는 4만여 명에 육박하며 전체 이용자는 10만명 이상으로, 평균 30만개 이상의 질문이 올라온다. 그 중 MZ세대의 비중이 60% 이상이며, 인공지능이 자아내는 영성에 대한 미래세대의 폭발적인 반응이 고무적으로 평가받는다.

초원을 만든 김민준 초원비전 대표. 그 역시 MZ세대에 속하는 젊은 사업가다. 초원비전은 주로 모태부터 빚어온 신앙이 성장하며 마주하는 일종의 ‘회색지대’, 즉 해소되지 못한 의구심을 풀어주고자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혼전순결을 왜 지켜야 하나요?” 혹은 “금식기도 중 영양제는 먹어도 될까요?”처럼 실제 교회 안에서 물어보기에 다소 ‘껄끄러운’ 질문도 자연스럽게 물을 수 있는 창구가 된다. 김 대표는 “초원비전이 추구하는 가치는 ‘청년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는 통로가 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그의 바람대로 많은 2030이 밤낮가리지 않고 이 인공지능 교회를 찾는다.
 

마인다, 전통불교 변화시킨 ‘로봇 승려’
불교계는 어떨까? 사실 불교는 2019년 일본의 로봇학자 이시구로 히로시(오사카대학교)가 현지 사찰과 첫 인공지능 종교인 로봇 ‘마인다’를 공동 개발하며 최초의 인공지능 종교자를 만든 선두주자다.

마인다는 인간의 피부를 실리콘으로 재현해냈고, 기도할 때 두 손을 모으는 합장까지 정확히 구현해낸다. 마인다는 자비 부처인 관음보살로서 교토 임제종 계열의 교다이지에서 설법을 전한다. 마인다가 있는 사찰의 고토 텐쇼 주지스님은 “이 로봇 승려는 결코 죽는 법이 없고, 항상 자신을 최선의 상태로 업데이트 한다. 아름답다”며 “고해에 빠진 사람들을 도울 지혜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불교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고토 텐쇼 주지스님은 “일상에서 불교의 영향력이 큰 일본에서 전통적인 승려들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통을 고수했던 기존의 방식에 불러온 종교계 신(新)바람은 큰 반향이 돼 사찰 방문객을 2배 이상 늘렸다.

 

비오 신부, 생성형 AI가 구현해낸 ‘성인(聖人)’
인공지능이 영성적 역할까지 해낼 수 있게 된 과정은 ‘비오 신부’로 설명된다. 2023년 3월 스위스 스타트업 임팩트온은 프레가닷오그(prega.org)를 선보였다. 이곳에 접속하면 이탈리아 성인 ‘비오 신부(1887~1968)’를 본뜬 인공지능 챗봇과 고해성사와 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챗GPT를 기반으로 비오 신부가 실제로 말했을 법한 결과가 나오도록 세밀한 조정단계를 거친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영성적 도약은 챗GPT와 같이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생성형 AI가 불러온 변화다. 챗GPT가 처음 등장할 당시 생성형 AI가 미칠 영향력은 미지수로 평가받았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인간과 동등한 상호작용을 해내는 최초의 챗봇으로 거듭났다. 임팩트온은 비오 신부 이후에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같은 다른 성인들을 본뜬 챗봇도 개발해 시험 단계이다. 임팩트온의 개발자인 파비오 살바토레는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기도를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한단계 더 나아가 성인들로부터 오는 응답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종교 인공지능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영성이 필요한 때’ 그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예배, 미사, 법회가 집단활동으로 분류돼 불가능해졌을 때, 인공지능 종교는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활발하게 반경을 넓혔다. 

하지만 영성적 역할은 기술의 발달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치료’와 ‘치유’가 가진 성격과 역할이 다른 것 처럼 말이다. 또 인공지능 종교는 아직 도처에 함정이 존재한다. 

종교-과학 연구의 권위자 미하엘 벨커(Michael Welker)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종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종교를 단순하고 접근하기 쉽게만 만들려고 한다”고 꼽았다. 

‘종교’는 신성함을 띠는 예식과, 영성을 지니는 교육, 어루만지는 힘이 존재해야 하는 마음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다재다능한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간소화하고, 축소화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벨커 교수는 “(문턱은 낮추되) 이 다양한 힘을 펼쳐서 대중이 경전의 전통과 종교의 풍요로움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아직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발달단계에 있으므로 그 정보의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이단과 같은 설교 및 설법이 전해질 수 있는 위험도 내재돼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목사님·스님· 신부님이 등장하고, 교무님의 탄생 단계까지 온 시점에서 종교적 역할과 사명을 다시 다잡을 때다.

[2024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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