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은 교도
안양은 교도

[원불교신문=안양은 교도] 이 일을 어찌할꼬, 이 일을 어찌할꼬!

교무님의 말씀에 나의 마음은 요란했다. 모임들이 많은데다, 이런저런 못할 이유가 떠올랐다. 하지만 교무님 말씀이니 어떡하겠는가. 요란함은 오래가지 못하고 비워질 수 밖에 없었다.

꼭 1년 전의 2월 어느 날이었다. 김관진 교무님이 ‘3월 1일부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9시에 저녁 염불·일기 시간을 진행한다’고 했다. 요일별로 진행 담당자를 지정해 식순까지 프린트해 나눠주셨다. “네, 그리 하겠습니다”라고 답은 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아, 이를 어쩌면 좋을까?’

돌아보면, 일주일에 한 번씩 법회에 임하며 정기훈련을 받는다 해도 그때 뿐이었다. 돌아서면 습성 따라 행해지는 일상 속에서는 수도 없이 닥치는 경계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얼마나 마음을 챙기고 있으며 또 어떠한 취사로 마음공부를 했을까?
 

매일 저녁, 교도들과
하루의 마무리를 함께한다. 
이보다 더한 돈독한 법정이 또 어디 있을까!

‘그래, 진정한 공부를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매일 저녁 줌(Zoom)으로 염불 일기 시간에 임했다. 시작 전 20분간 영주로 마음을 안정시킨 후 개회와 염불 그리고 입정과 설명기도, 법어 봉독 및 법어 묵상, 상시일기 기재와 계문 대조 후 저녁기도의 노래까지 함께 마치고 저녁 심고를 올린다. 이런 저녁 시간들이 계속된 지 어언 1년. 이제는 나도 모르게 습관이 들었다. 

매일 저녁 교도들과 함께하는 공부가 계속되다 보니, 새해의 교화단별 공동 유무념에서 염불·일기 시간에 참여하기로 한 단이 3개나 된다. 또 교전 사경하기, 기도 생활하기, <교화단 마음공부> 책자 제출하기 등으로도 공부심을 진작시키고 있다. 이는 가만히 둬도 저절로 행해지는 개봉교당의 저녁 문화로서 자리매김했다. 요즘은 출석 교도의 50%인 35~37명이 하루의 마무리를 함께하며 기운을 합하고 있다. 이보다 더한 돈독한 법정이 또 어디 있을까!

소태산 대종사께서 문자와 서식에 능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태조사법으로 누구나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일기법을 두면서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런데도 ‘나의 지난날은 어떠했나’하고 반성하게 된다. 이날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죄와 복을 매일매일 결산해 버리니 채무가 있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공부를 시켜서 진급되기를 바라는 교무님의 크고 깊은 바람을 나의 작은 그릇에 담아내지 못하고, 요란했던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본다. 너무나 쑥스럽지만 또한 어쩌겠는가? 더 늦지 않게 시작했다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알고 이제부터 이 법 만난 기쁨과 보람을 찾아 종종걸음 일지라도 쉬지 않으려 한다.

어제와 오늘도 그랬듯이 염불·일기의 시간으로 교도님들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심낙원이 내일도 계속되기를 기원해 본다.

/개봉교당

[2024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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