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서 교무
김인서 교무

 Q.  출산을 하고 일찍 복직을 했습니다. 가까이에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이른 시기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게 됐고요. 생계를 위해, 그리고 더 행복하기 위해 복직을 한 건데 생각보다 많은 비난을 마주합니다. 많은 분이 “아이에게는 엄마가 제일 필요한데…”라며 우려를 건넵니다.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요?
 

 A.  첫 자녀를 낳고 복직하는 심정은 경험한 사람은 다 아는 아픔일 듯합니다. 특히 그 자녀가 딸이면 엄마의 애틋함은 더 하다고 하지요. 동물들도 자력이 생겨날 때까지 품고 다니는데 엄마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그나마 가까이 양가 부모님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출산과 더불어 나약해진 엄마의 마음은 한없이 우울한 상태에 놓입니다. 출산 후 복직은 자녀에 대한 미안함은 물론이거니와 육아 환경에 대한 불안으로 엄마의 마음을 쥐락펴락합니다. 주변에서 자녀를 위한다는 훈수에 당사자의 마음은 연두부, 아니 순두부처럼 부서질 형세일겁니다. 

이 문제를 위해 아이에게 무엇이 최선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아기는 6개월 전까지 어렴풋하게 대상을 바라봅니다. 엄마인지 이모인지 확실히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6개월부터는 섬세한 낯가림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양육자의 얼굴에서 표정 머리모양 심지어 기분까지 면밀히 관찰합니다. 그리고 1년 이후부터는 낯가림이 완성되는 단계에 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양육자가 바뀌면 아기들은 청천벽력 같은 충격을 받습니다. 

사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엄마는 복직 후 아이를 맡게 될 양육자와 잦은 교류를 하는 것이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그 대상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기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꼭 복직을 앞두고 미리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훌륭한 부모는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갈리지 않습니다. 같이 있는 동안 관심을 기울여 놀아주고 대화하는 데 달려있습니다. 질적인 것과 양적인 것 중 질적인 것이 더 우위에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복직 후 힘들면 집안일을 조금 덜 하더라도 몸으로 놀아주며 책을 읽어주고 함께 웃어주고 이야기해 주는 시간에 더 정성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주변의 이상한 훈수에 맘이 상하고 계신다면 아마도 출산 후 느끼는 불안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걱정은 아이에 대한 문제에 앞서 약해진 정토님의 원기 회복이 중요함을 방증합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말고 퇴근 후 정토님을 위해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좋은 시간을 만드는 노력도 추천 드립니다. 영육쌍전이 돼야 꽃샘추위에도 떨지 않는 건강한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반송교당

[2024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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