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묘전 교도 / 원남교당
위묘전 교도 / 원남교당

[원불교신문=위묘전 교도] 원불교 모스크바교당에는 훈련 팬덤문화가 있다. 교당 내 정기훈련은 매년 2번, 1월 초와 6월 말에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모스크바교당에는 훈련관(숙소)이 따로 없다. 평소에는 한국어 교실로 사용하는 교실 마루 바닥에 1인용 간이 매트리스를 깔고, 여러 명이 같이 자는 열악한 환경이다. 대부분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청년교도들이 온다. 이들은 무엇을 찾아 이런 불편을 감수하는 것일까? 

필자도 10번 정도 이 훈련에 참여했기에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우리들이 훈련을 기다렸던 이유는 많다. 먼저 한-러 문화가 다채롭게 어우러진다. 교무님들이 러시아 식재료를 활용해 정성스레 준비해주는 다채로운 한식 메뉴들, 모스크바에서 맛있기로 이름난 교당 김치, 간이 매트리스이긴 하지만 그 위에 깔린 한국 이부자리의 매력, 늘 함께하며 활력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애쓰셨던 교무님들의 섬세한 배려 등이 기억난다. 

하루 일과는 정기 훈련 11과목으로 구성된다. 주요 일과는 ‘좌선 지도→요가→청소→아침 식사→주제 강의(또는 강연)→점심 식사→강연→오락→저녁 식사→조별 회화 및 일기 쓰기→염불→취침’이다.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훈련인 모두 다 참여하는 강연이다. 부담도 되지만 많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강연 주제는 주로 일상 수행의 요법 9개 조항, 솔성요론 16개 조항 등 <정전> 수행편에 있는 내용으로 미리 정하고, 몇 달간 실천한 바를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교도들이 자주 겪는 경계에는 공통점이 많을 것이다. 생각과 현실의 괴리, ‘작심삼일’로 끝나는 의지력, 스트레스와 불안, 인간관계, 습관 바꾸는 방법 등 훈련을 통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부길을 찾는다. 강연 발표 시간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11과목에 충실한 정기훈련, 
훈련인 모두 참여하는 강연, 
법열 가득한 교당 훈련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모스크바교당은 이런 훈련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강연 경력이 몇 년씩 되는 청년 교도들이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누군가의 강연 내용이 실제 해본 것인지, 말로만 하는 것인지 금방 파악한다. 실제로 해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지적을 쏟아낸다. 발표자가 힘들어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경험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건넨다. 경험에 바탕해 발표하기에 잘 전달되고, 느낌도 감동도 크다. 발표자를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동기 부여도 받는다. 마음공부를 통해 변화한 법우(法友)를 한 공간에서 목격하고, 법에 대한 믿음을 공유할 때면 ‘법열을 느낀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겨울훈련 기간중 여름훈련 일정을 발표하고, 강연 주제도 정한다. 훈련 중 달아오른 공부심으로 이미 다음 훈련의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주로 저녁에 배정되는 단별 회화 및 일기쓰기 시간도 필자가 자주 놀랐던 프로그램이다. 러시아 청년 교도들이 심신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구분해 수행일기를 쓴다. 경계상황과 마음작용을 잘 표현하고, 서로 발표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한국 훈련에서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러시아어로 이렇게 진행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청년교화를 성장시키고, 정기훈련 참여자를 늘이는 것은 어디서나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훈련 방식에도 변화가 있고, ‘즐거움과 힐링’에 방점을 찍기도 하지만, 마음공부에 초점을 둔 훈련이 많아지면 좋겠다. 

정기훈련 11과목을 충실하게 반영해 운영하는 모스크바교당의 훈련 전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11과목을 충실하게 반영했던 모스크바교당 훈련 참여자들은 매우 즐거웠고, 충만했었다. 

/전 주러시아한국문화원장, 원남교당

[2024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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