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해 기자
장지해 기자

“아이고, 참 예쁘다. 참 기특하다.”

20여 년 전 예비교무이던 시절, 원로교무님들과 선배 교무님들에게 이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어리고 젊으니까 그냥 예쁘다고 하는 거겠지’, ‘후배니까 당연히 기특하다고 하는 거겠지’. 

그랬던 내 입에서 불쑥 “아이고 예쁘다. 아이고 기특하다”라는 말이 나온 건, 과거의 선배 교무님들처럼 예비교무들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오래전 혼자 했던 생각이 떠올라 스스로 민망해져 피식, 웃음이 났다.

사회생활을 하다 꽤 많은 나이에 전무출신을 서원한 동생 덕분에 나에게는 최근 예비교무들이 사는 이야기를 가까이 들여다보게 되는 기회가 몇 번 주어졌다. 이래저래 마주치고 만나면서, 아는 예비교무도 하나둘 생겨났다.

한 예비교무는 간사 시절부터 도망간 횟수가 대여섯 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돌아오게 됐고, 이제는 오롯한 서원을 쫓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어느 예비교무는 철저한 일기 기재와 점검을 통해 자신 변화를 이뤄내는 과정을 고백했다. 동생은 서울에서 10년간 해오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뒤늦게 시작한 이 공부가 너무나 좋다고, 좀 더 일찍 이 길에 들어설 걸 그랬다고 자주 말한다.

귀하다. 시행착오도 있고 아직 부족한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전무출신의 삶에 가까워지려는 그 노력과 마음이. 그러니 어찌 ‘예쁘고 기특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은 그래서 알게 됐다. 과거 어린 나를 바라보던 선배 교무님들의 마음도 이랬겠구나 하는 것을.

철이 드는 것인지, 그러한 귀한 마음은 후배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 정성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여러 교무님의 모습을 볼 땐 자주 감사함에 사무치는 것이다. 그뿐인가. “교무 하기를 참 잘했어”, “살아갈수록 좋아”와 같은 선배 교무님들의 말은 막연한 듯한 앞날을 비추는 희망이 된다.

원불교의 지난 108년 동안 많은 선·후배 교무님이 앞서고 뒤서며 이 길을 걸었다. 지금의 우리보다 앞서 걸어간 선배들의 길이 현재의 우리에게 방향이 되어준 것처럼, 지금의 우리가 걷는 길은 훗날의 후배들에게 방향이 될 것이다. 시일의 차이가 있을 뿐, 아마도 모두 원불교 안에서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우리’로 만날 것이다. 

그러니 ‘내가 곧 우리 선·후배 교무님들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라는 생각으로 살자. ‘전무출신’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우리가 함께 만들고 함께 지킬 때’더 빛날 것이다. 그래서 기대된다. 후배였다가 선배가 되고, 선배이자 후배이기도 한 교무 한 사람 한 사람이 같이 만들어갈 원불교의 미래가.

[2024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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