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생크 탈출〉에 흐르는 모차르트

〈쇼생크 탈출〉피날레

 

비상(飛上), 구름나무 作
비상(飛上), 구름나무 作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프랭크 다라본트가 메가폰을 잡고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이 열연한 영화 〈쇼생크 탈출〉(1994)의 피날레에 흐르는 대사입니다. 

은행원 앤디(팀 로빈스)는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아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전혀 다른 세계에 적응을 못하던 앤디는 교도소 내 모든 물건을 밀반입해주는 레드(모건 프리먼)와 친해집니다. 간수들의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다가 마침내 교도소장의 비자금까지 관리하게 되는데, 소장이 앤디를 붙잡아 두기 위해 토미를 살해하는 것을 보고 탈옥을 결심합니다. 토미는 앤디의 무죄를 입증해줄 수 있던 사람입니다.

앤디는 작은 망치로 19년간 땅굴을 팝니다. 매일 밤 조금씩 벽을 팠고 떨어져 나온 흙은 바지에 담아 운동장에 뿌리지요.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세월 끝에 마침내 탈출구를 만듭니다. 천둥 번개로 요란한 밤, 400m가 넘는 긴 하수관을 통과해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 주인공이 폭우가 쏟아지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고 감격하던 순간은 커다란 감동을 준 명장면입니다. 

절망 끝에 선 앤디에게 인고의 시간을 견디게 한 것은 희망이었고, 자유를 찾겠다는 도전은 희망이 빚어낸 선물입니다. 앤디가 희망을 품게 된 동인(動因)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영화 속에 흘렀던 모차르트 음악입니다. 

도서관에서 기증받은 LP를 정리하던 앤디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K.492*를 발견합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스피커를 통해 교도소 전체에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하지요. 이때 흐르는 곡이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나오는 ‘산들바람은 불어오고’입니다. ‘편지 이중창’으로 더 익숙하죠? 두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와 군둘라 야노비츠가 부르는 아리아는 절묘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스피커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오자 하던 일을 멈추고 최면에 걸린 듯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린 죄수들. 지옥과 천국이 공존하는 현실을 음악으로 선명하게 대비를 이룬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아리아의 가사를 몰라도 절대음악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던 그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 
 

‘산들바람은 불어오고(편지 이중창)’ OST

결국 앤디는 벌로 2주간 독방에 갇히는데, 모차르트 음악은 그의 마음속에 이미 새로운 자아를 만든 후였습니다. 독방에서 나온 앤디는 가슴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 안에 음악이 있어. 그래서 음악이 아름다운 거야. 그건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거든.” 그리고 아무도 빼앗지 못하고 손댈 수도 없는 그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레드가 묻습니다. “뭘 말이야?” 그때 앤디는 이렇게 답합니다. “희망!”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임시 석방 심사를 통과한 레드는 앤디가 알려준 장소에서, 많은 돈과 함께 편지를 발견합니다. 앤디의 글을 읽고 새로운 자아가 싹튼 레드 역시 임시 석방 조건을 어기고 앤디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됩니다. 마침내 자유를 찾은 두 사람의 마지막 포옹 장면은 푸른 바다와 함께 지금도 가슴 속에서 일렁이고 있습니다.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절대음악의 아름다움을 안겨줬던 모차르트 음악이 바로 절망의 끝자락에 섰던 앤디의 영혼을 깨우고 희망을 불러일으킨 것이지요.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사람이니…”라는 〈대종경〉 요훈품의 법문 말씀이 떠오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모두의 희망찬 새 출발을 기원합니다. 
 

〈피가로의 결혼〉 중 ‘산들바람은 불어오고(편지 2중창)’ 소프라노 강혜정 & 한경미

* 보마르셰의 희극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e Figaro)〉을 로렌초 다 폰테가 각색한 대본으로 모차르트가 1786년에 초연한 오페라 부파(희가극). 중세 봉건시대의 악습과 검열 등 귀족층의 갑질에 대한 풍자와 하층민의 저항 의식이 담긴 이 작품은 빈에서 곧바로 금지됐다. “프랑스 대혁명(1789)은 이 오페라에서 이미 비롯되었다”라는 나폴레옹의 말처럼 모차르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죽전교당

[2024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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