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철 교무
양은철 교무

[원불교신문=양은철 교무] 스님과 하버드대학교 뇌 과학자가 ‘명상의 효과’를 언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대중은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할까?

〈원불교신문〉(2월 7일자)에 과학적 사실과 경전 내용이 충돌하면 68%가 과학을 선택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현대인들이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과학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관측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과학적 결론들은 ‘관측’에서 시작한다. 아주 작거나(소립자) 큰 것(은하수), 인간이 감각할 수 없는 것(전자기장), 갈 수 없는 곳(지구 핵심), 고고학, 우주론, 자연사, 진화론 등에서 다루는 과거사건 등은 관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둘째, 관측은 객관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한쪽 눈을 감고 다른 눈으로 코를 주시하면 코가 보이고, 안경테를 의식하는 순간 안경테가 보인다. 물리적으로 늘 시야에 있던 코와 안경테이지만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관측은 관찰자의 경험과 지식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를 ‘관측의 이론 적재성(의존성)’이라고 한다. 중생은 경계를 대할 때 습관과 업력에 끌려 망상이 난다(〈정산종사법어〉 원리편 11장). 관측이 실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다.

셋째, 과학철학(과학적 인식의 기초에 대한 철학적 탐구)자들은 ‘과학자들 역시 독선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은 창조론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종교인들의 독선을 비난하지만, 진화론자들 역시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고, 물리학계에서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부정하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당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속성은 속설이 아닌, 현대 인지과학의 결론이다. 유감스럽게도 과학자들은 우리의 기대만큼 객관적이지 못하다. 불교의 진리와 과학이 충돌한다면 과학적 결론을 따르겠다고 한 달라이라마의 견해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다. 과학은 진리 공부에 크게 기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고 비를 내려달라는 것도 미신이지만, 과학만능주의 역시 또 다른 형태의 ‘미신’일 수 있다.

어린 왕자가 작별 인사를 할 때 여우가 말했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잘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진리는 관조로 깨쳐 얻으라 하신 스승님의 말씀을 찬찬히 새겨볼 일이다.

/미주서부훈련원

[2024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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