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서 교무
김인서 교무

 Q.  요즘 아이가 스마트폰을 오래 쥐고 있어서, 여러 차례 주의를 줬습니다. 아이들에게 미디어 사용 시간제한을 거는 부모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도 마냥 방치하지 말고 일정부분 제재해야 할까요? 참 고민입니다.
 

 A.  부모들의 걱정에 한몫 거드는 <디지털 치매>라는 책이 10여 년 전에 출간됐습니다. 컴퓨터와 핸드폰 게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도서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멀티미디어를 주면 안 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멀티미디어 기자재가 갖춰진 학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컴, 워드 등 오피스 프로그램은 기본이며 코딩 수업에서도 성과를 보여야 합니다. 아이가 집에만 있으면 ‘중독자’가 되거나 ‘학습부진아’가 될까 걱정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와 자율성에 관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자유와 자율성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자유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구속받지 않을 권리이며, 자율은 스스로 통제하고 윤리적으로 행보하는 것을 뜻합니다. 아이들이 영상을 보거나 게임하는 것을 평일에는 한 시간, 주말에 두세 시간 정도로 제약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하루에 한 시간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만족스럽게 보낼까요?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부모가 원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맞던가요? 우리도 겪어보았습니다.

자녀들에게 자유와 자율성을 주는 것은 시간 관리 능력을 향상 시키는 작용으로 이어집니다. “다가올 시대에서 육체노동은 로봇이 담당하고 인간은 지적 노동에 임하게 된다”고 피터 드러커라는 경영학자가 말합니다. 육체적인 일은 시간에 구속이 있고 목표가 분명하게 보이지만 지적 노동은 목표가 선명하지 않아서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재택근무나 가상 세계에서의 일들은 옆자리에서 동료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의 활용과 관리에 있어서 자력이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학교와 학원, 숙제 등 책임을 한 후에 본인들의 시간에 대해서 믿고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저희 아이들(원친)은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자유롭게 모바일, 컴퓨터 등에 노출시켰더니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세 아이 모두 본인들이 해야 하는 일에 있어서는 자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익혔고, 부모가 그들을 믿고 맡겨둔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자율은 자력과 뜻이 통합니다. 그리고 타력을 활용하는 기초가 됩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자력을 키울 때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큰 타력이 돼 주시기 바랍니다.

/반송교당

[2024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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