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성 교무
이의성 교무

[원불교신문=이의성 교무] 농성교당에 부임한 지 벌써 4년이 됐다. 4년 동안 개인적으로나 교당으로나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오기 전 농성에는 부직자가 없어서 청소년교화 사항을 인수·인계받지 못했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것이 이것이구나’싶었다. 많은 걱정을 안고 발령을 받았지만 우려와 달리 농성교당에는 젊은 교도님들이 많고 청소년교화에 관심이 많은 교도님도 많아서 적극적으로 자녀와 손자녀들을 인도해 주셨다. 현재는 이 교도님들의 자녀나 손자녀들을 주축으로 어린이, 학생, 청년법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법회를 마치고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중학생인 듯한 처음 보는 남학생 두 명이 교당 주변을 계속 맴도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오고 가며 계속 맴도는 것을 보니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훔쳐 가려는 건가? 왜 자꾸 왔다 갔다 하지?’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얘들아!” 하고 부르니 아이들은 도망갔다. 그런데 법회 정리를 하다 보면 그 친구들이 또 맴도는 게 반복적으로 눈에 띄었다. 나는 아이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불렀다. 그러자 아이들이 쭈뼛쭈뼛하며 다가오더니 대뜸 “원불교가 뭐예요? 네모 불교는 없어요?”라는 질문을 했다.

순간 너무 놀랐다. 지금까지 청소년교화를 하면서 청소년들이 종교에 관심이 있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들이 원불교라는 종교가 궁금해서 주위를 맴돌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일요일 법회에 오려고 
전날 친구 집에서 자고 왔어요.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의 질문에 최대한 쉽게 ‘원불교가 왜 네모 불교가 아니고 원불교인지’ 또 ‘불교와 원불교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대답해줬다. 대법당도 보여줬다. 이야기하다 보니 원불교가 궁금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함께 교당을 찾아온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설명 마지막에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어린이법회와 학생, 청년법회 시간에 오라”고 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낯선 장소에 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낯선 종교에 올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주말! 일요일 어린이법회 시간에 그 아이들이 왔다. 너무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어떻게 왔냐”고 물으니 “일요일 법회에 오려고 전날 친구 집에서 자고 왔다”고 한다. 나는 대답에 한 번 더 감동받았다. 아이들은 한 달째 법회에 잘 나오고 있다. 아직은 장난기도 많고 원불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점점 이 법에 익숙해지고 익어가며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공을 들이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시절의 인연을 따라 싹이 트고 자라난다”고 하셨다. 내게 오는 인연들이 싹이 트고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열심히 교화해 나가자고 다짐해본다.

/농성교당

[2024년 3월 1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