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교무
허석 교무

[원불교신문=허석 교무] 교단 제4대는 결복 교운의 시대다. 세계에 일원의 복과가 맺어지는 때니 모든 시선을 세계로 돌려 결복 교운을 힘차게 개척하자는 전산종법사님의 신년법문처럼 ‘세계’를 향해 일원의 법음을 전할 때다.

그런데 문화도, 역사도, 언어도, 생각도 다른 곳에 어떻게 법을 전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으로 결복 교운을 화두 삼을수록 생각하는 한 단어가 있다. ‘원불교학’이다. 

당장 소태산 대종사님의 가르침을 다른 언어로 전할 교서 정역(正譯)의 문제도, 그 핵심 역할은 학문에 있다. 또한 논문이나 저서, 우수한 강연 등 다양한 학문적 성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학문은 보편적이고 체계적이며 세계적인 사상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힘이 있다. 온갖 사회적 위기에 대한 종교적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이들에게 보편적인 언어와 논리, 깊은 사유로 이를 풀어준다면 세상은 자연 우리에게 주목하게 될 것이다.

원불교학에 있어 원기109년은 뜻깊은 해다. 원광대학교 교책 연구소이자 원불교사상 연구의 산실인 원불교사상연구원이 개원 50주년을 맞고, 연구원에서 발행하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는 100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는 원광대학교 일반대학원에 ‘원불교학과’가 신설돼 원불교를 전공하는 석·박사생이 ‘불교학과 원불교전공’이 아닌 ‘원불교학과 원불교전공’으로 입학했다. 그 밖에도 원불교학 관련 연구소와 연구원들은 국내외적으로 활동하며 인접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 원불교 사상의 보편화와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많은 선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원불교의 결실을 있게 한 기반 중 하나였다.
 

세계를 향해 
일원의 법음 전하려면 
원불교학의 세계화에 
집중할 때.

물론 원불교학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안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중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위협은 연구인력의 급감이다. 원광대학교 교학대학 원불교학과와 각종 연구소에 속한 연구자는 10~20년 전에 비하면 30% 남짓이다. 더 문제는 앞으로다. 학문을 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데, 여러 이유로 원불교학에 뛰어들겠다는 학부생은 보이지 않는다. 그 밖의 다양한 문제들이 사안에 따라 연구자 개인이 풀어야 할 몫도 있겠으나, 상당수는 교단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합력해야 할 문제다. 

원불교학이 결복 교운을 담보할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함께 공유하며 공동의 해법을 모색할 때,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원불교학의 미래를 담보하며 일원의 법음을 더 멀리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해 하반기, 나는 교단 제4대 제1회 설계의 한 영역인 ‘원불교학의 세계화’의 실무를 맡아 목표와 핵심과제를 다듬는 일을 했다. ‘국내도 감당이 어려운데 세계화를 논할 수 있을까?’ 싶어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도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의 확신은 생겼다. ‘국내도 부족하니 세계화는 나중에 할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공부와 사업의 방향과 내용을 세계화에 맞춰 당면한 문제해결과 외연의 확장을 병진해야겠다는 확신이다. 그 일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런 꿈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고자 한다. 

그래서 자기 삶과 공동체에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원불교로 시선을 돌리는 때가 오기를 기원한다. 그것이 원불교학의 세계화가 지향하는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 원불교학이 결복 교운의 중요한 과제임을 함께 생각해보고, 이 뜻깊은 일에 동참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2024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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