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산 길광호 정사 뜻 이은 청소년 터전… 2003년 개교
인성·평화·봉사교육에 국제·융합교육 더해 미래인재 양성
매일 쓰고 감정받는 마음일기로 사제 사이 정 더 깊이

 

“내성적이던 제가 이제는 무대에서 노래도 부르고, 경계를 알아차려서 멈추려고도 해요.”, “제가 헌산에 온 이후로 엄청 변해서 부모님이 좋아하세요. 짱이래요.”
김윤 학생(중3)이 학교가 좋은 이유를 재잘재잘 늘어놓는다. 본래 파주가 집인 김윤 학생은 교육에 관심이 큰 부모님이 찾고 찾은 끝에 ‘헌산중학교’로 진학했다고 했다. 그렇게 3년째 다니고 있는 학교는 김윤 학생에게 새로운 집이자, 진급의 장이 됐다.
헌산중학교는 원불교 교립학교 중 수도권에 처음으로 지어진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이들은 헌산의 품에서 함께 자라고, 배우며 미래를 이끌 인재로 자란다.

청소년바라기 ‘헌산’을 기리며
故 헌산 길광호 정사는 헌산중학교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빈민지역 개척, 소년원 퇴원생과 청소년들을 위해 일평생 헌신했던 그의 마지막 흔적이 바로 헌산중학교이기 때문이다. 원기82년(1997) 용인시 원삼면 사암리에 헌산중학교의 전신 ‘은혜의집’을 세운 헌산 정사는 비행청소년의 자활을 위해 노력하던 중 39세를 일기로 열반했다. 그의 생애와 행적을 돕던 박청수 원로교무와 인연들이 이후 헌산 정사의 뜻을 잇기 위해 세운 학교가 바로 헌산중학교다. 
이익수 교장(법명 승조, 용인교당)은 당시의 개교멤버로, 2002년 10월부터 학교를 준비하는 데 함께 했다. 박 원로교무는 그를 보고 ‘(학교의) 먼지까지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 정도로 학교 곳곳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데가 없다. 그는 “직접 목재를 가져와 계단을 놓고, 인터넷 선도 직접 깔면서 이 학교를 만들었다”며 “한 번 더 신설학교를 하라면 안 할 것 같다.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초기의 헌산중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지역사회의 반대가 심했다. 이 교장은 “‘잘 자라는 애들만 가르쳐도 힘든데…’라면서 경기도교육청과 용인교육지원청이 우리를 이해 못해주는 게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홍윤 교무부장은 “시간이 흘러서 대안교육의 인식이 확장돼 지금은 학교의 커리큘럼을 원하는 학생·학부모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활과 학교 양쪽으로 구르는 교육 바퀴
헌산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20%는 형제·자매·친척 등 가족이며, 지인 소개로도 찾아온다. 지난 3월 3일 진행된 입학·개학식 때도 학생은 76명인데 학부모와 가족들 130~140여 명이 참석해 풍성한 잔치가 됐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대안학교를 찾는 부모 세대가 ‘헌산’을 선택한 것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헌산중의 교육과정은 원불교 정신을 기본으로 한 ‘평화, 봉사·나눔, 행복교육’을 지향한다. 이것을 따로 분리해 교육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과수업과 특성화 교과, 체험활동 등에 스며들 듯 전해지게 한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경기도교육청에서 IB(국제 바칼로레아) 관심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IB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교육기관에서 제공되는 국제교육 프로그램으로, 10가지 학습자상에 맞춘 국제적 인재를 키워내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대해 김양희 IB연구부장은 “IB 학습자상에 이미 겹치는 분야가 많았고, 추가로 1~2개 분야를 더해 수업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IB 관심학교 선정배경을 소개했다.
또 헌산중은 학년별 ‘창의지성통합이동수업’을 진행해 1학년은 제주도, 2학년은 지리산, 3학년은 캄보디아로 교실을 옮겨 현장과 교과목을 연결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이에 대해 김윤 학생은 “지리산 종주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엄청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종주를 마쳤을 때, ‘진짜 하면 된다’는 걸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게다가 이곳은 기숙학교이기에 방과 후에도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동아리, 학습반, 방과후수업 등을 진행해 지역사회 봉사와 교육이 연속성 있게 흐른다.

‘마음일기’로 소통하는 스승과 제자
원불교 교립학교로서 헌산중은 교화와 인성교육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마음공부’를 교육 과정에 편성해 매일 마음일기를 기재하고, 매주 1시간씩 마음공부를 배운다. 선생님들은 일기감정을, 수업은 이응덕 교무가 역할을 나눠 맡는다. 학생들은 그 시간을 선생님과 1:1 소통창구로 삼는다. 실제 효과에 대해 김윤 학생은 “짜증이 날 때 감정을 확 분출하지 않게 됐고, 이제는 당연스럽게 쓰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이홍윤 교무부장은 “선생님 입장에서는 누구의 마음을 감정한다는 게 부담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이 교무는 수업과 함께 원불교 동아리를 운영한다. 원불교 동아리는 원불교가 궁금한 학생들에게 원불교를 소개하고, 교리교육 나아가 입교까지 목표로 한다. 법회 참석도 권장해 현재 헌산중교당 법회에 참석하는 학생은 25~26명 정도다. 이 교무는 “헌산중 법당은 학생들에게 쉼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비교도 교직원들까지 법당과 마음공부 활동에 힘을 실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헌산’은 나를 변화시키는 곳
주변에 예비 중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학교를 알려볼 수 있을까. 김윤 학생은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선후배 사이 끈끈함이 있다. 또 친구와 함께 살면서 많은 활동을 같이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고, 이진아 학생은 “헌산은 ‘나’ 스스로를 생각하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헌산은 집처럼 편안하다”,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디딤돌이다” 등 다양한 자랑도 덧붙었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말보다 ‘헌산’이라고 불렀다. 마치 헌산 정사를 만나본 것처럼, ‘헌산’은 늘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2024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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