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산훈련원에서 교도정기훈련을 마치고 초선지에서 다함께.
    만덕산훈련원에서 교도정기훈련을 마치고 초선지에서 다함께.

[원불교신문=김성길 교무] 원불교 주천교당은 원기55년(1970)에 진안군 안천면에 안천교당을 설립해 활발한 교화활동을 하던 중 용담댐 설치로 지역이 수몰되면서 원기84년(1999) 주천면으로 이전, 원기86년(2001) 신축 봉불한 교당이다. 그동안 여섯 분의 교무님이 근무했으나, 건강과 사정으로 인해 1~2년씩 근무했고, 직전 교무님이 10년을 근무했다. 

역대 교무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거(移去) 하는 교도님들이 생겨나고, 농촌지역의 고령화 현상으로 열반하는 교도님들이 많아져 교도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더구나 안천지역의 교도님들은 교통이 불편해 법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이웃종교로 개종하거나 4축 2재에도 2~3명의 교도만이 참석하는 등 교당의 명맥을 유지·운영하기가 어려워 존폐 위기에 처해있었다.

 

꾸준히 닦고 준비해 온 교화자의 길
나는 재가교도로서 원청(원불교청년회) 운동을 할 때부터 교화자의 꿈을 키워왔다. 그렇게 논산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원창학원으로 추천돼 전무출신 서원을 세우게 됐다. 

원창학원 행정실장으로 근무할 때는 교화자로서의 준비를 함께했다. 설교자료 수집과 의식 진행 훈련을 스스로 진행하며 교화 준비를 한 것이다. 또 재가 때부터 출가로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64개 교당에 법회지원, 교화비 지원, 천도재 의식 보조, 어린이집 행정지원 등으로 후원했고, 화요일 오후 8시 논산교당 법회에는 퇴근하고 5년간 매주 법회 사회를 보고, 의식을 진행하고, 때로는 설교도 했다. 주천교당 부임 직전에는 동전주교당 청년회를 재창립해 법회를 1년간 진행하기도 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후원금 전달.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후원금 전달.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다양한 활동
원기103년(2018) 1월 9일에 주천교당에 부임해 많은 심혈을 기울인 것은 지역사회 불공이었다. 처음 부임해 주천면 소재지 마을회관에 인사를 간다고 했더니 마을주민 4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인사를 올리니, 주민 한 분이 “원불교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우리가 거기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뭐하러 교무님이 오셨습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제가 운장산을 그냥 넘어온 것이 아니라 주천에 뼈를 묻을 각오로 왔고, 한두 사람 교화하러 온 것이 아니라 주천면민 1,573명 전체를 교화하러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주민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주천교당에 부임하면서 나는 소합원 100개를 구입해 기관단체장과 지역 유지들에게 인사 선물로 전했고, 교화용으로 쓸 염주 300개를 구입해 교도들을 비롯해 만나는 주민들에게 부적이라고 하면서 선물로 드렸다. 염주를 받은 어떤 주민은 “교무님한테 염주를 받았다”는 자랑을 했다고 한다.

이어 지역교화를 위해 나는 주천면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를 앞둔 1주일 전부터 행사의 성공 개최를 위한 특별기도를 올렸다. 부임 후 첫 번째 행사는 ‘운장산 고로쇠 축제’였다. 축제가 끝나고 주천면장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교무님께서 기도를 정성껏 올려주셔서 고로쇠 축제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면에서나 마을에서 행사나 회의가 있다고 하면 나는 20~30분 전에 미리 가서 오시는 주민들을 맞이한다. 면장이나 기관단체장들이 할 일을 대신해서 하는 것은 교무가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밖에도 지역사회 참여 활동으로 주천면 사회복지시설 주천지역아동센터에 매월 5만원씩 정기적으로 후원을 시작했다. 또 각종 행사를 후원해 진안군수로부터 후원자 대표 운영위원에 위촉되기도 했다. 이때 함께 활동하던 학부모대표 운영위원을 입교시켜 교도의 의무와 법회 조력 등 교화보조자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법회 날 교당 풍경.
    법회 날 교당 풍경.

스승님 말씀 받들어 교화도 일사천리
언젠가 원불교청년회 임원회의 후 대산종사님을 배알하는데, 마침 원불교학과 예비교무들과 자리를 함께하게 됐다. 대산종사님은 예비교무들에게 “기술을 한 가지씩 배워놓으면 교화 활동에 요긴하게 사용할 때가 있다”는 말씀을 했다. 나는 당시 예비교무는 아니었지만, 이 말씀을 잊지 않고 학교에 근무할 때 정원수 전지를 배웠다. 

주천교당에는 그동안 여자 교무님들이 근무했기에 정원관리가 되지 않아 정원수들이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다. 부임 후 정원수를 말끔히 정리했더니, 어느 날은 그 모습을 교도님이 보고 당신이 관여하고 있는 장학회관의 정원수 전지를 부탁했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나니 장학금 전달식에서 교무 소개와 감사 인사를 받았다. 또 현충일을 며칠 앞뒀을 때에는 주천면장에게 충혼비 주변 전지작업 지도를 요청받았다. 수년 동안 심은 그대로 있는 충혼비 주변을 말끔히 전지했더니, 현충일 추념식 전에 면장으로부터 “교무님께서 부임해 교화활동을 활발히 하시며, 현충일을 앞두고 유공자들의 특별천도재를 모셔주시고 이곳의 전지작업도 해주셨다”는 소개를 받았다. 덕분에 그 자리에 참석한 기관단체장과 유가족들로부터 감사의 박수를 받았다. 

교당이 위치한 괴정리 마을 안길 정원수도 전지작업을 했더니, 그동안 교당에 나오기를 바랐던 괴정리 이장 부부가 기도 6개월 만에 입교하는 일도 있었다. 이장 부부는 현재까지 무결석으로 법회에 참석하고, 남편은 교도부회장으로, 부인은 봉공회장으로 교당의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주천교당 전경.
주천교당 전경.

[2024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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