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교헌 개정이 25년 만에 가결됐다. 교단의 근간이 되는 교헌의 개정은 중앙교의회의원 총 898명 중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되기에 그 과정은 지난했다. 다행히 이번 임시중앙교의회에서는 643명의 의원이 교헌 개정에 찬성해 교단 4대와 함께 새로운 교단으로의 변화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교단사라면 없는 힘도 보태는 그동안의 교단 정서를 감안한다면 95표에 이르는 반대표를 비롯 다수의 기권자가 발생한 점은 눈 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사실, 교헌 개정이 제안되면서 깊은 우려가 있었다. 교단혁신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교도들이기에 이번에 제안된 교헌 개정이 과연 혁신의 발판이 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난무했다. 무엇보다 교단혁신이 애초 교헌 개정을 목표로 출발한 것이 아니기에 그랬고, 또 교헌 개정의 내용 역시 교단 전반을 쇄신하는 교헌 개정이라기보다는 교단 최고 결의기관인 수위단회의 단원 숫자를 일부 조정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 것이기에 불완전 교헌 개정이라는 불신이 팽배한 것도 이유다. 이 과정에서 출가수위단원과 재가수위단원이라는 이분법적 명칭의 사용은 앞으로 갈등요소가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그러기에 이번 교헌 개정에서는 정서적 반대와 대의적 찬성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표심처럼 역력하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다수의 대중은 올해부터 시작된 교단 4대를 희망으로 채우기 위해서라도 개인적인 불만을 억누르고 기꺼이 대국적인 찬성에 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 여기에는 이번 교헌 개정이 미력하지만 교단 4대의 변화를 꾀하는 시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즉, 올해 새롭게 시작되는 교단 4대는 새 수위단원을 뽑고 새 종법사를 추대하는 해이기에 새로운 교단을 바라는 대중의 염원이 투영된 교헌 개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중앙교의회의장의 “교단 4대는 (이제) 화합과 단결로써 나아가자”고 한 대목에서 그 마음이 잘 읽힌다.

특히 교단 4대와 함께 시작된 중앙총부 기지 건설 100주년을 비롯 서울교화 및 만덕산 초선 100주년이 맞물리면서 교단은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교화정체를 털어내고 활력을 불어넣는 상황이기에 이번 교헌 개정은 새로운 변화의 발판으로서 긍정 요소가 꽤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헌 개정의 부결은 자칫 교단 활력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었기에 일면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제는 교단이 정상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0여 년 가깝게 교단은 사드와 코로나19, 전서사태로 촉발된 교단혁신에 발목 잡혀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탈종교현상은 크나큰 종교위기로 다가섰다. 그러기에 이번 교헌 개정에 대해 “내용은 많이 부족하고 불완전하지만 최소한의 변화를 믿고 힘을 실었다. 이제 화합과 단결로 새 길을 만들자”는 혹자의 말이 마음을 강하게 울린다.

[2024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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