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서 교무
김인서 교무

 Q.  너무 좋아서 결혼까지 했는데 세상에 이렇게 나와는 다른 사람이 있나 싶어요. 치약 짜는 방법으로도 싸운다더니 정말 누가 우리 집 얘기하나 싶었어요. 흔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베이는 족족 제 마음에는 빨간 줄이 죽죽 그어집니다. 이러다 부부관계까지 나빠져 버릴까 봐 걱정도 되고요.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 견해차 어쩌면 좋죠?


 A.  결혼은 참 묘합니다. 전 세계 80억 명 중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이것은 복권 당첨 확률 800만분의 1보다 더 어마어마한 사건입니다. 그렇게 만나 결혼하게 될 때는 정말 콩깍지가 낀 것 같더니 몇 년 같이 살아보면 서로의 단점도 보이고 못생긴 것도 보이고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주역의 괘에 빗대어 결혼생활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흔히 주역에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으로 빗대고 있습니다. 부부의 성향에 따라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형상은 주역의 64괘 중 두 개가 있습니다. 지천태괘와 천지비괘입니다. 양의 성질인 하늘과 음의 성질인 땅이 만나 만물이 생겨납니다. 주역의 12번째 천지비괘는 양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양은 하늘로 오르려 하고, 음은 아래로 내려가려고 합니다. 양인 남자의 성질과 땅인 여자의 성질이 각자의 방향으로 강하게 발현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형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면 점점 쇠퇴해 위태롭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지천태괘는 반대로 땅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하늘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려고 하니 서로 소통하려는 모양새입니다. 양과 음은 지천태에서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잡으려고 합니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도 지천태의 형상을 본받아 세상을 만들어야 하며, 천지의 바른 운행이 이러한 형상입니다.

<대종경> 수행품 31장 “남자들은 대체로 너그러우나 허한 듯하여 견실성 없는 것이 병이 되고, 여자들은 대체로 주밀하나 고정하여 용납성 없는 것이 병이 되므로, 사람이 원만한 인품을 이루려 하면 남자는 너그러운 가운데 내심(內心)이 견고하고 진실 되기에 주로 노력하고, 여자는 주밀한 가운데 내심이 원만하고 관대하기에 주로 노력해야 되리라”는 말씀을 새겨봅니다.

부부는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소유무의 이치를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것처럼 서로를 새롭게 알아가고 탐구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일원상의 진리 외에는 없기에, 그 사랑이 변하지 않으려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송교당

[2024년 3월 2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