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경성행〉, 구름나무 作 
〈경성행〉, 구름나무 作 

‘꿈속의 고향’

‘꿈속의 고향(Going home)’으로 친숙한 곡이죠? 드보르자크(1841~1904)의 교향곡 9번 E단조 OP. 95 ‘신세계로부터’의 2악장 라르고(Largo)를 그의 제자 윌리엄 피셔가 흑인영가 풍으로 만든 가곡입니다. 잉글리시 호른의 애절한 선율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상적인 곡입니다. 

1892년 자넷 서버 여사의 초청으로 체코 시골 푸줏간 집의 무뚝뚝한 아들 드보르자크가 새로운 세계를 상징하는 뉴욕에 도착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유럽의 유명 작곡가가 국립음악원장에 취임한 전례가 없던 미국에서 그가 참석한 첫 음악회는 신대륙 발견 400주년 기념행사였습니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설자인 히긴슨 대령은 “두 개의 신세계,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세계가 음악의 신세계를 만나다”라는 축사로 그를 맞이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환영을 받았던 드보르자크는 뉴욕에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프라하역 기차 시각 점검이 취미였던 그는 고향 보헤미아*의 생활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센트럴파크에 가서 새장의 새를 관찰하고 비둘기에게 모이도 주고, 뉴욕 센트럴 역에서 한 시간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해가 저물 때까지 오가는 기차들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나중엔 뉴욕항을 들락거리는 대서양 횡단 증기선에 관심을 가져 수평선 너머로 배가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현지 적응 취미까지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었습니다. 퉁방울눈의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앉아 있는 이색적인 광경이 그려지지 않나요? 
 

‘신세계로부터’ 자필 악보
‘신세계로부터’ 자필 악보

광장공포증에 영어마저 서툴렀던 드보르자크가 뉴욕에서 대외활동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런 환경이라 작곡에 더 몰입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에 도착한 이듬해인 1893년 5월 24일에 완성한 교향곡 9번 악보에 그는 ‘스 노베호 스베타(Z Noveho sveta)’즉 ‘신세계로부터’라고 써넣었습니다. 

전체 4악장으로 구성된 그의 마지막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가 머물렀던 신세계 미국에서의 이국적인 선율이 조화를 이룬 걸작으로 1악장의 주제가 마지막 악장까지 연결되는 작품입니다. 특히 기차의 질주를 떠오르게 하는 4악장(열정적으로 빨리, Allegro con fuoco)의 트럼펫 소리는 미지의 신세계로 떠나고 싶은 힘찬 에너지를 불러일으킵니다. 

9번 교향곡은 미국 체류 기간에 쓴 ‘첼로협주곡’Op. 104, 현악사중주 ‘아메리카’Op. 96과 더불어 미녀 삼총사로 불리며 그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기차와 배를 타고 전 세계로 거침없이 뻗어 오늘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924년(원기 9년) 3월 30일, 소태산 대종사는 이리역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오후에 경성에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선후천이 바뀌는 갑자(甲子)년으로 원불교의 새 역사가 한꺼번에 시작된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 일입니다. 3·1운동이 일어난 지 겨우 5년이 지난 때로 여전히 일제 치하의 어두운 현실이었는데 소태산 대종사께서 펼쳐보고 싶었던 더 밝고 새로운 신세계는 어떤 세상이었을까요? 오늘을 사는 우리가 그 답을 할 차례입니다. 
 

전 4악장(아다지오- 라르고- 스케르쵸 - 알레그로 콘 푸오코) 카리얀 지휘 베를린필

 

* 체코는 서쪽의 보헤미아 지방과 동쪽 모라비아지방으로 나뉘는데 프라하와 체스키크룸로프는 모두 보헤미아에 속한다.

/죽전교당

[2024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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