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교당은 원기97년(2012)에 항산 김인철 종사님의 부촉과 각타원 장경진 원로교무님의 염원, 그리고 정원경 교무님과 김진화 정토님의 서원으로 개척을 시작했다. 당시 경산종법사님께서 정원경 교무님에게 멜버른 개척을 명하셨고, 교무님은 정토님과 사비로 마련한 자금으로 개척을 시작했다. 3년 후 조실에서 보내주신 개척지원금을 종잣돈 삼아 원기100년(2015)에 현재 멜버른교당 터전이 마련됐다. 교당 마련 후 교무님은 정례법회를 열었고, 적은 인원이지만 우리는 계속 법회를 보고 있다.

나는 정인덕 교무님의 장녀로, 모태신앙을 통해 원불교를 만났다. 어릴 때부터 일요일이면 부모님을 따라 교당에 가서 법회를 봤고, 교무님들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아있다.

내가 멜버른교당을 다니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호주인인 남편, 시어머니와 함께 멜버른교당에 가서 선요가를 하고, 원불교에 대해 소개하면서 법회를 경험하게 했던 일이다. 당시 남편과 시어머니는 모두 원불교를 좋아했고, 교당이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며 “교당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숫자로만 보면 적은 인원이지만 한국과 먼 땅 호주 멜버른에도
분명 원불교 교당이 있고, 원불교 교도가 있다.

운다. 그러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경계가 오는 것을 알아차리게 돼 일상생활을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원불교의 여러 가르침 중 내 마음에 가장 와닿는 것은 일상 수행의 요법인데, 그 이유는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 수행의 요법은 내 삶의 지침이기도 하다. 인과의 이치를 알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나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고, 도움이 되며, 삶에 적용 가능한 교리와 교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원불교의 가장 큰 장점이다.

호주에 살면서 지역을 이동하기도 했고 지인도 없는 외로운 환경이지만, 이곳에 원불교 멜버른교당과 정원경 교무님이 계신다는 것은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 교당에서 만나는 분들은 서로 늘 잘 어울리면서 편안하고, 따뜻한 반김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 사람들은 원불교를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고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이로운 종교’라고 생각한다.

교무님은 법회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다양한 좋은 말씀을 해주시지만, 그 가운데 깊이 남아있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마음은 깊은 바다와 같아서 표면적으로는 파도가 일렁이지만 본래 마음자리는 고요하다.’ 마음이 요란하고 경계가 올 때 이 말을 되새기면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우리 교당은 한인들을 대상으로 선·요가교실을 열어 매주 2시간씩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교무님은 한인노인회에 자원봉사로 선·요가교실을 열어 지도도 했다. 교무님은 사물놀이와 풍물 교실 지도 요청도 받았고, 호주 건국일 퍼레이드 때 한인회를 대표로 참여해 공연도 했다. 정토님은 가야금병창 전공자로서, 학교와 여러 행사에 초청돼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했다. 또 우리 교당은 호주 빅토리아 주 불교 협회에 가입해 매년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여한다. 퍼레이드 참여는 물론 한국 불교를 대표해 독경도 한다. 

나는 우리 원불교 멜버른교당이 이 지역에 널리 알려져서 이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생기길 간절히 염원한다. 아직 숫자로만 보면 적은 인원이지만 한국과 먼 땅 호주 멜버른에도 분명 원불교 교당이 있고, 원불교 교도가 있다. 우리 교당은 아직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주변에 호주 멜버른에 거주하거나 머무는 인연이 있다면 멜버른교당으로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좋겠다.

이 좋은 법을 만난 우리는, 한국과 호주라는 지리적 거리가 있지만 ‘원불교’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공부하는 소중한 인연이다. 감사하다. 교무님과 정토님을 중심으로, 우리 교당은 앞으로도 열심히 교화하고 공부하며 살고자 한다.
 

[2024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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