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聖 恩 〈교무·충북교구장〉

 교구자치화를 표방한지 이제 3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가장 큰 변화는 교구자치화 원년(元年)에 시행된 교구편제의 조정이다. 전국 20개 교구를 12개 교구로 축소 조정하였으니 이는 대단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교구장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전무출신의 정신자세를 그대로 드러낸 쾌거라고 할만 하다. 특히 서울과 부산의 교구 통합은 출가·재가교도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소망이었다. 영세교구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교구편제가 조정되었음을 기억한다. 물론 강원·충북·제주교구는 현재 대표적인 영세교구로 머물러 있다. 거기에는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면이 없지 않다. 어쩌면 이들 교구는 자치화라는 견인력에 의하여 특징있는 교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교구자치화를 추진하게 된 데에는 몇가지 배경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지방화시대의 성숙에 따른 교구 자생력을 높힌다는 점이다. 둘째는 오랜동안의 중앙집권체제로 굳어진 교단조직의 유연성을 높혀 침체된 교화분위기를 쇄신시킨다는 것이고, 셋째는 집권과 분권의 조화로 교단기반을 튼튼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교구자치화에 대하여는 출가·재가교도가 상당히 긍정적이었고 따라서 교단발전의 전향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교구자치화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상 우리는 성공적인 교구자치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느껴진다.
 자치화로 가는 길은 어쩌면 험난할 수도 있지만 기대효과를 생각한다면 그 어려움은 돌파해야 할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교구자치화는 ①교구교화에 관하여 교구장과 교무, 재가교도가 하나 되어 교화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기 때문에 자력적 교화기반이 성숙된다. ② 전무출신은 소속교구에 대한 애정이 솟음으로써 교화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정신적 재무장이 기대된다. ③ 용금·정양·요양을 비롯한 전무출신의 후생대책이 해결될 수 있다. ④ 단독교무 문제를 극복하는 기회가 제공된다. 현재는 중앙의 과제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교구에서의 노력이 미약하다. 그러나 교구의 노력이 중심이 된다면 교구와 교무, 재가교도의 공동과제로 떠올라 해결의 길이 쉽게 열릴 수 있다. ⑤ 중앙은 예산 절감은 물론 교화의 비본질적인 잡다한 과제로 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다. ⑥ 교구자치화가 성숙되면 교구문제에 대하여 재가교도의 참여가 활발하여질 것이고 이로 인하여 현재의 총회제도 개선이 가능해진다.
 이상과 같은 기대효과를 창출하려면 교구자치화의 수순으로 꼭 시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교구장의 교화지휘권 즉 교구내의 교화전략 총괄, 교구내의 교육·자선 등에 관한 사업의 지휘와 전무출신의 인사권 확보이다.
 인사권 확보는 모든 전무출신의 특정 교구 소속화로 가능해진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지만 인사권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교화지휘권은 유명무실해질 수 밖에 없다. 즉 전무출신은 출가와 동시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생을 한 교구에 소속토록 함으로써 교구에 대한 사명과 애정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에 구체적인 제안은 지면관계로 생략하거니와 많은 논의의 과정도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교구자치화의 깃발은 올랐다. 그런데 최근에 이에 대한 회의론도 있는 것 같다. 자치화의 길로 채 접어들기도 전에 회의론이 대두된다는 것은 자치화의 표류를 의미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변화가 빠른 시대, 빨리 대응해야 할 일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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