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南浩

 학생법회 시간 열심히 설교를 하는데 아이들의 고개는 땅바닥에 가 있고, 옆사람하고 장난치다가 간혹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한두번 고개를 들고 기껏 한다는 『말이 너무 썰렁해요!』
 청소년교화를 담당하고 있는 교무로서 가장 힘들고 참기 어려운 것은 잡무가 많고 적음에 있는 것도 아니요, 인간적인 관계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아니다. 법회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와야 할 청소년들이 교당에 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법당에 청소년들이 가득차는 것을 소망하는 것은 담임교무로서 당연한 기대요, 그것이 곧 교역자로서의 보람과 긍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법회를 보는데 재미없어라 하며 『오늘 법회는 너무 썰렁해요(관심이나 흥미의 대상이 아니며 의식이나 사고를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 비꼬는 말)』라고 말할때는 그래도 「세대차이가 많구나」라며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한다. 또한 고3이나 중3학생들이 찾아와서 『앞으로 법회에 못나오겠다』고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열심히 다닐거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은 그래도 귀엽기라도 하다.
 하지만 부모님의 입을 통해서 『우리 ○○○, 공부해야 하니까 앞으로 교당에 못나갑니다』라며 전화로 통보를 받을때면 무엇을 위한 교화를 하고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진다.
 지난해 청소년교화 총력의 해로 정했을때 「청소년교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청소년교화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구나」라고 기대했었다. 다행히 일회성인 응급처치의 한 방편일 것라는 우려를 벗고 다각도의 시도들이 있었고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단기간에 많은 양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충격요법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썰렁맨이 되어 있는 담임교무들이 청소년을 교화할 체계적인 교육과 정보교환,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개발이 있어야 하겠고 각자각자가 진정으로 교화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가? 교화를 위한 참다운 교화를 하고 있느냐에 대한 내적인 반조가 있어야 하겠다.
 더불어 청소년교화는 담임교무의 열정만으로는 어렵다. 타종단이 실시하고 있는 재가교역자의 활용과 같은 직접적인 투자와 일반 교도님들이 그들의 자녀를 교당으로 이끌어 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할때에 청소년교화가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교무, 전북교구 관촌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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