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호

산복도로 기어오른 바람이
창백한 반달을 간신히 하늘에 띄워올린다
생각을 놓치면 미끄러질까 걱정되어
어둠도 빨래집게로 입가 누른 채 펄럭이고
비탈 움키고 잠든 그대의 거처가
저기 반 박자 늦게 빗살무늬로 흔들린다
그대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마음조차 내리막이어서
오늘은 나 이쯤에서 가파른 발걸음 달랠 뿐이다
사람이 만든 길을 풀꽃들이 다시 지울 때까지
우리 절연의 가슴도 골짜기마다
얼음장 맺히고 풀릴 일 하나로 바쁠 것이다
그러니 그리운 이여
그대만 견디고 있는게 아니다.

 강연호(법명 性中)시인은 1962년 대전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해 1995년 제1회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했다. 대학교당 교도로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시집으로는 『비단길』(세계사)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문학세계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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