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학년 여성회원들을 그리워하면서 -

여성의 나이를 민망하지 않게 묻는 방법으로 「몇 학년 몇 반이냐」는 애교있는 물음법이 있다. 원불교 여성회가 활동을 시작한 후 새 회원이 올 때마다 학년과 반을 묻다보니 3학년이 의외로 적은 데 놀랐다. 여성회 활동 목적의 하나가 원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잇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도무지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오죽하면 신문에 「3학년을 찾습니다」라는 광고를 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까지도 나왔었다.

지난 16일자 한국일보에 「한국의 30대, 그들은 어디에 서 있나」라는 기사를 보고 이런 30대 기근 현상이 우리 교단만의 현상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 기사에 의하면 한국의 30대 종교인구는 4백45만명으로 연령층 중 최다수이나 활동참여는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영혼 안식 가로막는 삶의 무게」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30대는 가장 바쁘고 피곤한 위치에 놓여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지 않아서 신앙생활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집에서 육아를 책임지고 요즘 유행하는 여러가지 과외를 비롯해 제도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여성들의 경우 종교생활에 바칠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못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한계를 어느 정도 깨닫게 되는 40대에 다시 종교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덧붙여 있었다.

그러면 30대는 어떤 나이인가? 위에 지적된 이야기는 다 사실이지만 또 그 밖의 많은 특징들도 가지고 있다. 즉 30대는 무엇보다도 「힘」을 쓰는 나이다. 40^50이 축적된 경험으로 「지혜」를 쓰는 시기라고 한다면 30대는 힘이 있어서 모든 일에 왕성한 추진력이 있다. 또 20대 이하처럼 이른바 신세대 풍조가 지배적인 나이도 아니다. 오늘의 30대는 군사독재의 억눌린 사회분위기에서 유년시대를 보냈고 또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겪고 크는 과정에서 우리의 사회현실에 대한 인식이 없을 수 없었던 세대다. 종교를 기복의 대상으로 맹종하지도 않는다. 오늘의 30대는 힘과 논리와 사회의식을 갖춘 세대다. 그러면 우리 원불교는 이런 30대에게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 종교일까?

우선 원불교는 속세를 떠나 개인의 수양을 중시하는 종교가 아니라 생활 속의 종교다. 이사병행이요, 영육쌍전이며, 동정일여의 교리를 가졌다. 생활이 치열하면 할수록 교리에 의거한 취사선택을 잘 해가야만 현실에서나 내세에서나 잘 살 수 있다. 경계로 단련되지 않으면 관념의 종교일 뿐이다. 생활 속에서의 단련을 매우 중요시했기 때문에 대종사님께서도 「같은 등급이면 출가보다 재가가 위라고 하셨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여성회에서는 3학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 신앙, 문화, 지식의 요구를 수용 개발할 수 있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3학년의 자기성찰이다. 바쁜 시간 사이사이 문득 허전해질 때는 없는가, 아니 바쁘기에 더 허망한 때는 없는가, 자기를 돌아보자.

자고로 생활의 무게는 30대만 지고 사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벗지 못하는 인생의 무게에 인생의 가장 힘있는 시기를 양보하지 말자. 오히려 삶의 무게가 그만큼의 지혜가 되도록 자기를 단련하자.
〈광운대교수^원불교 여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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