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불교학회 ’97 추계학술대회를 보고

정산 송규(1900~1962) 종사의 생애와 사상을 기리기 위한 각종 사업계획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남북화해와 송정산의 건국론」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원불교학회가 주최하고 정산종사 탄생백주년 기념사업회가 후원한 한국원불교학회 ’97 추계학술대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성황리에 마침으로써 기념사업 추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켰다.

소태산 대종사의 상수제자 이며 우리 회상의 법모이신 정산종사께서 친히 지으신 건국론은 원불교의 교리에 바탕하여 건국 민의 도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1945년 10월에 발표한 정산종사의 건국론 서론에 보면 정신으로써 근본을 삼고, 정치와 교육으로써 줄기를 삼고, 국방과 경제로써 가지와 잎을 삼고, 진화의 도로써 그 결과를 얻어서 영원한 세상에 뿌리깊은 국력을 배양하자는데 목적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정산종사는 건국론에서 마음의 단결, 자력확립, 충의봉공, 통제명정, 대국관찰 등 다섯가지 방안을 건국의 기본정신으로 제시하는 한편, 동포들에게 건국사업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건국론 제2장 「마음단결」 부문을 보면 마음단결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첫째 각자의 주의에 편착하고 중도의 의견을 받지 아니해서 서로 조화하는 정신이 없는 것이요, 둘째 각자의 아상에 사로잡혀 捨己尊人하는 마음을 가지지 못한 것이요, 셋째 불같은 정권야욕에 沈感하여 대의정론을 무시하는 것등 열가지로 지적하고 있다.

정산종사의 이같은 주장은 52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한번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으며 건국론에 대한 평가 또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특히 정산종사께서 건국론을 통해 강조한 中道主義에 바탕한 정치비전에 대한 연구는 물론, 金奎植 려운형 조소앙 등이 제시한 건국론과의 비교 검토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산종사의 중도주의는 過와 不及이 없는 것으로 예를 들면 관리는 관리에 대한 권리, 민중은 민중에 대한 권리, 자본주는 자본주에 대한 권리, 노무자는 노무자에 대한 권리가 서로 공평, 정직하여 조금도 강압과 착취와 횡포를 자행하는 폐단이 없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산종사의 중도주의는 정치, 경제, 국제관계 등에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당시 진보와 보수, 좌와 우로 나뉘어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던 양대 세력과 논리를 平하려 했던 점에서 주목된다.

정산종사께서는 또한 중도주의로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구체적 방안으로 국영과 민영의 혼합경제 체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도 감독하에 면단위의 공익재단 건설, 일본인 재산의 국유화, 정치 도덕사업등 각 분야 공로자 우대, 영재교육 및 세습제도 철폐 등을 밝히고 있다.

정산종사의 건국론은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의 준거가 되는 자주·평화·민족단결의 사상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민족화해와 남북통일의 근간이 되는 중도주의 통일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되어야 한다.

정산종사께서 건국론에 밝힌 중도주의는 진보적 자유민주주의 이론과 복지사회주의적 논리뿐 아니라 극단적인 보수와 체제혁신논리까지도 능히 탕평하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이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정산종사께서 친히 저술하신 건국론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역사적 자리매김을 통해 스승님께 크게 보은하고 나아가 민족의 염원인 남북통일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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