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는 금곡 청소년 수련관은 뒤로는 금정산 자락의 뒷산과 앞으로는 흐르는 낙동강 물이 보이는 아름다운 근린 공원내에 위치한 곳입니다. 평일에는 수영과 사회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는 그야말로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맑고 밝고 훈훈한 사람들의 집입니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들로 붐벼야할 수련관에서도 조차 1318대의 청소년들은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청소년 수련관에서조차 만나기 어려운 청소년들을 어디서 만날 것인가? 바로 이점이 수련관에 부임한 저의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이러한 청소년 수련관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청소년들을 위해 체육관을 무료 개방하며, 1318 중고생들을 위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는 관장님의 방침으로 부터였습니다. 그 후론 셔틀버스의 운행이 중단되는 토요일 오후, 썰렁하기만 했던 우리 수련관이 1318대의 싱싱함으로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오전에는 금곡 중학교, 화신 중학교, 대천리 중학교의 스카웃트 단원들이 수련관에 와서 스카웃트 활동을 합니다. 오후가 되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운동복 차림에 농구공을 든 청소년들, 노래를 하기 위해 오는 청소년들, 댄스를 하기 위해, 공부를 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속에서 수련관의 상담실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한 집단 상담활동과 진로적성탐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의 특징은 남녀를 불문하고 1대 1로 만났을 때에는 그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말없고, 수줍음 많은 소녀가 됩니다. 그러나 막상 친한 친구들과 함께 모이게 되면 이내 상담실은 청소년들의 수다방이 되고 맙니다. 그 수다방 속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새롭게 알게된 청소년들의 가장 큰 바램은 생각처럼 잘 안되고, 재미가 없어서 그렇지 모두들 공부도 잘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 원하는 바가 잘 안되니 스스로 좌절하게 되고, 좌절의 빈도수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히 자아 존중감이 약해지고, 자아 존중감이 약해지니 자아 정체성이 모호지고, 자아정체성이 모호해지니 매사에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니 마약과 흡연에 관심이 가고 결국 갈등과 방황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사랑과 관심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기본적인 이해 속에서 다음 호에는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한 집단 상담과 진로적성 탐색을 통해 정체감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 상담의 과정들을 기재하겠습니다.

<금곡 청소년 수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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