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계속 마음공부하라 하시고, 일기쓰라 하시는데 연결이 안되고 마음만 갑갑합니다." 방문한 교도님께서 당신이 마음상했던 일을 말씀하셨다.

모 교도님이 상보(床褓)를 만들기 위해 맡겨 달라하여 그 모시를 바느질 잘하는 분에게 갖다드렸다고 한다. 며칠 후 바느질 집에서 상보를 받았는데, 원래 부탁했던 큰 상보와 함께 자투리를 엮은 작은 상보가 만들어 졌다. 찾아온 교도님은 부탁한 교도님께 상보를 전해 주면서 ‘작은 것은 내가 갖네.'라고 말했다. 상보 만들어 달라고 했던 교도님과 바느질 했던 분이 만났다. 바느질 했던 분이 ‘작은 상보까지 다 받으셨죠?'라는 물음에 상보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던 교도님은 처음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았던지 ‘나에게 말도 안하고 가져갔다.'며 핀잔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 상황을 알게되어 난처해지자 무안하기도 하고, 자신은 분명 사정을 얘기했건만 듣지 않았다하니 너무나 화가 나 이런 때는 어찌하오리까 하는 내용이었다.

가만히 교도님의 손을 잡아드렸다. “답답했는데 교무님께 다 털어 놓으니 마음이 후련합니다."고 하신다. 묵연히 있다가 한 말씀 드렸다. “마음이 답답하셨겠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 가운데 조금이라도 그 물건을 가지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전후좌우의 이야기를 다시하면 좋지 않겠습니까?"했더니 답하셨다.

“너무 억울함에 집착해 교무님이 말씀하신 그 간단한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 처리는커녕 일기도 쓰지 못하고 마음공부가 무슨 소용인지 탓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을 처리한 후, 시비이해를 가려 심신작용처리에 대한 정기일기도 쓰겠습니다."고 하면서 기쁜 얼굴로 “교무님,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이 후련하고 이제야 마음공부하는 법이 조금 보이는 것 같습니다."하신다.

가시는 뒷 모습을 보면서 긴 대화보다는 마음이 연해야 문답(問答)과 감정(鑑定)·해오(解悟)가 됨을 느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기뻐하는 보람을 느껴갑니다.

<영광교구장>

질문과 답은 정형적인 상담의 틀입니다. 이런 형식을 벗어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교도님들과의 대화를 연재합니다. 다른 심신작용에 응용하여 활용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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