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을 실천한 교육자의 길

▲ 집안의 역사와 형산 아버님의 포부가 담긴 '인생여덟마당'이란 7언배율 친필 한시. 지난해 10월 일원문양석 개인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의 길을 선택했다. 교화자의 길을 가려고 원불교학과에 입학하였으나 1학년만 수료하고 국어국문과로 전과하여 국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므로써 교육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평소에 어머님께서 우리 5남매를 기르면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너희들은 공부하여 선생님이 되어라. 선생은 다른 사람을 가르쳐서 훌륭한 사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모두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이 말씀을 받들어 누나와 형, 그리고 동생은 진리를 가르치는 선생(교무)이 되었고, 나는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교사)이 된 것이다.

나는 교육자의 길을 선택하면서 남매들처럼 전무출신을 하여 교당에서 원불교의 진리를 교도들에게 가르치지는 못하지만 생활에서 원불교의 진리를 실천하면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사가 되리라 서원을 세웠다. 성불제중의 서원을 이룩하려던 진로를 바꿔 재가로서 학교교육을 통하여 실천해 보겠다는 다짐을 굳게 하였다.

내가 원광고등학교에 부임하여 인사를 할 때이다. 정광훈 교장 선생님은 “오늘 소개하는 김대종(속명) 선생님은 원불교의 골수분자 손자입니다."라고 말씀하였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잘 하라는 충고의 말씀과 아울러 무거운 책임감을 주는 것 같아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팔산 할아버님의 명예에 손상이 가지 않을까 두려움마저 들었다. 누구보다도 언행을 조심하고 모범되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였다.

나는 교직생활 6년만에 학교 근방에 집을 마련했다. 형산 아버님께서는 성주한 기념으로 ‘지은보은'이라는 가훈을 내려주시고 ‘인생여덟마당'이라는 7언배율 한시를 친필로 써 주셨다. 우리 집안의 역사와 아버님의 포부가 담긴 것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글이다.

아버님은 제2방언공사를 할 때 “천지공사를 하다가 죽으면 행복하다."라는 신심으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신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정신으로 공사를 마쳤다. 이러한 아버님의 정신을 받들어 학생을 가르치고 교당일에 심혈을 다 하리라 다짐하면서 ‘인생여덟마당'의 일부분을 새겨 본다.

‘큰 성현과 이웃한 불연 깊어 / 앞과 뒤 두루 한마음이네 / 바른 맥이 서로 통한 무한한 뜻을 / 영생 변함 없이 보배를 삼으리 // 법에 정성 다하고 후회따라 작은 마음 걱정되어 / 티도 없애려네 / 볕과 물도 사양 없는 본연 자세 / 세세생생 내 이어가리 // 천지인 가운데 주인 되어 / 중생 고뇌 어찌 방관하리 / 실력을 갖추는 것이 제일 급하니 / 생각마다 마음부터 간직하자'

나는 동이리교당에 나갔다. 교무님의 명에 따라 교당봉공회장의 임무를 수행했다. 교당 신축공사에 교도회장을 보좌하여 어려운 가운데 공사를 마치고 낙성 봉불식을 거행하였다. 그 동안의 노고보다는 완성된 교당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교도님들을 볼 때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는 만족감이 더 컸다.

<어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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