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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진 교무의 교화수상> 차나 한잔 먹음세
<전명진 교무의 교화수상> 차나 한잔 먹음세
  • 전명진교무
  • 승인 2002.02.01
  • 호수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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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을 한 곳에 정하고 움직이지 않음으로 정(定)이라 하고, 법을 바르게 받는 것으로 수(受)라하고, 흩어진 마음을 고르게 하고 비뚤어진 마음을 아는 것을 조(調)라 한다. 정·수·조의 경지에 있는 것을 삼매의 경지라 한다.

차를 마심에도 삼매가 있으니, 눈으로는 차의 색을 감상함이요, 입으로 차를 맛봄이요, 코로는 향기로운 냄새를 맡는 일이다.

입으로 마시는 차에도 오미(五味)가 있으니, 이것은 음식의 기호를 마시는 오미만이 아니라 인간생활의 삶 자체와 우리의 정신생활에 까지 확장시켜 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차를 우리고 마시는 일에도 올바른 자세와 맑은 마음과 온전한 정성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초의선사는 차의 맑은 성품과 고고한 덕성을 찬양하여 고래현성 구애다 다여군자 성무사(古來賢聖 俱愛茶 茶如君子 性無邪)라고 하였다. 화엄경의 말씀에 가장 향기로운 차를 알가(閼伽)라고 하며, 범어로 Arghya라 한다.

피로에 쌓인 생활을
맑고 향기로운 한 잔의 차로 씻어준다면
교화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차를 끓이는 삼매의 솜씨 덕분에 반잔의 눈빛나는 차는 답답하고, 타는 속을 씻어주네라고 선인은 노래하였다. 정에 목마른 세상살이에 따뜻한 한잔의 차로 목을 적시게 하고, 지친 육신과 피로에 쌓인 생활을 맑고 향기로운 한잔의 차로 씻어 준다면 교화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 잔의 차 속에 진리가 들어있고, 성품을 다스리는 수행의 바탕이 된다고 본다. 우주의 섭리를 차 한잔 속에서 찾고, 하늘에 총총히 나열된 별자리들을 찻상에 내려 놓는다면 문화와 진리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될 것이다.

정좌처 다반향초 묘용시수 유화개(靜座處 茶半香初 妙用時水 流花開)라 했다. 고요한 자리에 앉아 차 한 모금 마시니 차향이 새로움을 정(靜)으로 표현하였고,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생명의 섭리를 생생약동하게 깨우치게 함으로 동(動)을 표현했다.

여보게 벗 차가 있네/ 차 먹으면/ 심신이 맑아지고/ 세상 모든 일 즐겁게 보인다네/ 몸은 사바에 머물지만/ 마음이야 속진에 물들 수 있는가/ 담담한 맛이/ 차의 묘미라네/ 인간사 모두가 그렇듯/ 친한 벗 하나둘 보이지 않고/ 새로운 벗 사귀자니/ 힘이 들고/ 궂은 일 좋은 일 의논하면서/ 산그늘 내리는 고병(古兵) 그리며/ 여보게 벗 차나 한잔 먹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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