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0세 남자가 초조해 하며 찾아왔다. 2개월전 직장의 부서를 옮기고 부터 잠을 잘 자지 못하며, 기운도 없고 입맛이 없어 식사도 잘 하지 않았단다. 이 남자는 몸무게도 감소되고 급기야 만사가 귀찮다며 직장에도 나가지 않으려 했다. 부인이 병원에 가자고 하면 “내가 무슨 정신병자냐, 환경이 변하고 마음이 약해져서 그러니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며 극구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다 1주전 회사에 도둑이 든 후부터 ‘직장동료들이 나를 의심한다'는 초조 증상이 생겼다. 평소 성격이 소심하고 말이 없으며,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고 여동생이 3년 전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한다.

면담을 통하여 ‘자살’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항우울제의 처방과 지지적 정신요법을 시행하였고 현재는 전과 다름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울한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이 우울감이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쳐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된다면 이는 이제 병이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날 때를 말한다.

또 얼핏보면 환경의 변화가 원인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가족들 중 어머니와 여동생이 우울증을 앓았고, 항우울제를 사용하여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환경의 변화만을 원인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의학계에서도 우울증의 원인을 생물학적(뇌내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 분비의 이상, 유전), 심리적, 사회·환경(실직, 이혼, 사별, 고부간의 갈등, 불행한 결혼 생활) 등 여러 원인으로 생각하고 약물치료,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다각도로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치료를 적절히 받을 경우 대개 수 주 내에 건강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

흔히 종교인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과적인 병들을 단순히 심약해서 생기는 것으로 가벼이 생각하여 기도 등으로 치료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팔다리나 신체의 내부장기 각 기관에 병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과적인 병은 뇌의 기능적·기질적 이상과 많은 관련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고, 몸에 생긴 병을 의사에게 치료받기를 권하는 바이다. 

<원광대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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