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근 / 원대연 부회장 경원대
선방 5일째.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다. 그런데 저녁부터 자꾸만 맴도는 생각. 이게 경계인가?

선 수련 시간, 유연하게 쫙 벌어지는 다리로 길도훈 교무님께 칭찬을 받고 주목을 받은 친구 진성이. ‘역시~~’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나도 다시 요가를 하려는데 “누구는 90도래요”라는 나를 향한 말. 헉!! 고개를 숙여 내 다리를 보니 진짜 90도밖에 안 벌어진 것 같다. 좀 더 애쓰니 110도는 되는 것도 같고….

그렇게 잊은 줄 알았는데, 식당 가는 길에 진성이가 오늘따라 더 예뻐보인다. 내가 빌려준 코트인데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마주앉아 밥을 먹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쩜 밥 먹는 것도 저리 이쁠까!

내 소중한 친구 진성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감사한 인연이기에 두루두루 자랑하고 칭찬하고 다녔는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이기에, 내 일처럼 기쁘고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진성이의 여성스러움에, 예쁜 모습에, 미쳐 못 느낀 부러움이 있었나보다.

선방에 와서 계속 듣던 “남자같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도,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가. 율동 틀린다고 구박 받으면서도 웃고 지나쳤지만, 좀 더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난 외모에 신경을 안 쓴다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은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아~!”

예쁘고 여성스러운 것을 더 좋아하는 정근이구나. 예쁘다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정근이구나. 자꾸만 상대로 시선이 갈 때는 절대자리로 돌아가라는 싸인이라던 말씀.

정근이의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친구가 예쁘다, 잘한다, 나도 예쁘게 보이고 싶다'라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각자가 지닌 매력이 아름다움이 모두 다른 것도 진리의 모습일 것이다. 내게도 분명 나만의 향기와 색깔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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