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7년 말 23명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 수감되어 있는 51명의 사형수에 대해 아직 사형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 정부 때가 사형제도폐지의 호기라고 말하고,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넘는 155명이 폐지 찬성에 서명한 이 때가 호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사형제도는 ‘폐지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 틀림없다. 이에 <원불교신문>은 사형제도의 실상과 폐지를 위한 교리적 근거를 살펴보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각계 전문가들을 만나 보았다.

사형은 또 하나의 법적 살인

지난 2월 24일 대법원은 1, 2심에 사형이 선고된 현역장교에 대해 “교화의 여지가 있는 만큼 사형은 과중하다”며 원심을 깨고 고등 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에 대해 이상혁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장은 “보통 일반법에서만 사형이 제외되어도 성공으로 보는데 이번 판결은 ‘군법’에 대한 원심 파기여서 우리나라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가려는 길목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종교계와 교정교화 운동가들에게 용기를 주어 사형폐지운동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에서 집행하는 사형은 사법절차를 거쳐 완성된다. 즉, 경찰의 검거, 검사의 구형, 법관의 사형선고, 그리고 법무부장관의 사형집행명령, 마지막으로 검사의 입회하에 교도관에 의한 처형, 의사의 사형확인의 절차를 거친다. 따라서 사형폐지론자들은 국가에 의한 또 하나의 ‘법적 살인’이라는 주장을 한다.

사형폐지법 법사위 계류중

현재 사형폐지 특별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3월초 취재당시 15명의 법사위원중 5명이 폐지에 찬성하고 6명이 반대의견을 표했다. 본회의 상정을 위한 과반수 확보를 위해선 3명의 동의가 더 필요하다. 사형제도 폐지 운동론자들은 ‘국회 본회의 상정’이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국회 본회의에 올라 갔을 때 이 안이 부결된다면 어느 당을 막론하고 국내외적으로 ‘도덕적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안자체가 정치인들에게는 ‘보수적 표’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본회의 상정을 막아온 것이다. 1999년에도 유재건 의원외 99명의 제안으로 상정된 적이 있으나 이듬해 ‘대체형 도입’이 필요하다는 국민여론과 함께 법안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이 때문에 사형폐지 운동단체들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 직권 상정도 추진중이다.

교단적 노력 시급

사형제도폐지 역시 그 출발은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인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출발의 단초는 생명의 근원을 밝히고 공동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종교계여야 한다. 원불교는 87년 역사의 신생 교단인지라 그 여력이 사회의 곳곳에 모두 미칠 수는 없다. 사형제도폐지에 대해서도 출발이 늦었지만 이 사회에서 시급한 문제로 다가온 만큼 보다 많은 관심과 실천성이 요구된다. 수위단회에서는 원기79년 사형폐지에 대한 원불교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바 있다. 현재 교정교화를 담당하는 ‘은혜의집’(교무 강해윤)이 전면에서 노력해 왔고, 그 두 번째 출발은 사회운동으로서 원청이나 청운회, 사회개벽교무단등 교단내 운동단체여야 할 것이다. 교정원도 종교계의 공동 움직임에 발맞추어 사형제도의 폐지에 앞장서 힘을 싣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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