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수
정치란 참 재미있구나 싶다. 엇그제만 하여도 바닥을 기던 정당의 지지율이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가 하면, 반대로 고공비행하던 그래프가 잠수함이 되기도 한다. 민족과 겨레의 지도자를 꿈꾸는 인물들이 아침 저녁으로 출몰하며, 제왕론에 대세론·대안론으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여야정치권이 대통령 후보경선을 추진하고 있으니, 이러한 세태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구름에 비올줄 모르는 상황이니 당사자들은 얼마나 조바심이 날 일인가. 그래서 그런지 이슈가 난무한다.

과연 우리 종교인들은 이러한 정치상황과 그 이슈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한국종교학회에서는 춘계학술대회의 주제를 ‘한국정치와 종교’로 설정하고, 종래 각 종교교단의 정치성향 등을 정면에서 분석한다는 입장이다. 정당후보의 국민경선이나 종교단체의 정치성향 분석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신교(信敎)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으니, 소태산대종사께서 말씀하신 ‘정교동심(政敎同心)’을 다시 새겨 보아야 할 상황이다. ‘종교와 정치가 세상을 운전하는 것은 수레의 두 바퀴 같나니, 만일 두 바퀴가 폐물이 되었다든지, 또는 한 바퀴라도 무슨 고장이 있다든지, 또는 그 운전사의 운전이 서투르다면 그 수레는 잘 운행되지 못할 것이니라.’ (대종경 교의38)하셨으니,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어찌 정치권에 대한 주문이 없을손가.

그러나 매스컴을 장식하는 정치이슈를 보면, 민족과 겨레를 위한, 국가 백년대계를 향한 차원있는 비전의 제시로 보기에는 너무나 동떨어진 감이 있다. 동서와 남북, 노소와 귀천이 함께 즐길 축제가 마련되어 있는가, 세계인류를 향해 내보일 새로운 시대의 문화창출이 가능한 것인가, 민족의 비원인 평화통일을 향해 민족이 대동단결하는 길은 무엇인가, 지도자라면 이밖에도 보여줄 사항이 적지 않을 것이다.

종교교단은 너나 할것없이 옛부터 보수적 성향을 띄는 것으로 평가되어 온다. 독자적인 민중구제이념(교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의 생명력은 구제이념을 제고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사조를 섭렵하므로써 변화를 시도하는 특징을 지닌다. 논란이 갈등구조를 이루면 조직이 와해되지만 적당한 비판을 수용하면 발전하는 원리가 되는 법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오늘날 제시하고 있는 이슈를 성향을 달리하는 종교에서 분석해보면 교화역량은 증대되지 않을까? 정산종사께서 제시한 ‘모든 정치의 요점을 세상에 맞추면 과불급이 없는 중도정치(中道政治)라야 한다’(법어 도운9)는 철학을 간직하면서 말이다.

<일본교구장·원광대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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