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력 노인위한 목욕·급식봉사

지역주민 위한 보은활동
사회교화로 교도들 혼연일체

한 손엔 비누, 한 손엔 사랑

“불편한 몸뿐만 아니라 외롭고 쓸쓸한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드릴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경주 현곡면의 ‘천우자애원’ 무의탁 노인 양로원. 뽀얀 김이 가득 서린 목욕탕에서 거동못하는 할머니들의 목욕을 돕는 경주교당 자원봉사자들.

그들은 한 손에는 비누를, 다른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갈 곳 없는 노인들의 몸을 씻어준다. 겨드랑이며 허벅지며 노인들의 거칠어진 몸 구석구석에 비누를 칠하고 빨간 때수건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노라면 어느덧 할머니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순간 이들은 갈곳 없는 노인들과 ‘한가족’이 된다.

그들은 모두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심정으로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는 ‘사랑의 때밀이’들이다. 매주 한차례씩 4년째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에게 무료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30-50대 봉공회원이 주축이된 자원봉사단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이 양로원을 방문, 70-80여명의 할머니들을 목욕시키다 보면 3, 4시간을 넘기기 일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할머니들은 정성스럽게 목욕을 시켜주는 이들을 손꼽아 기다린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라고 할머니들은 입을 모은다.

정일심화 교도(봉공회장)는 “몸은 고되지만 ‘고맙다’며 두 손을 꼭 잡을 때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정말 필요한 도움을 드렸다는 뿌듯함도 느끼고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7-8명이 한 조가 돼 격주로 돌아가면서 봉사하는 15명의 목욕자원봉사자들은 “목욕이 일반인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 모르나 이분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일이다”며 즐거워한다.

“며느리가 주는 밥보다 좋아!”

한편 경주시 성동동 노인정앞에는 60-70대 노인들이 환한 얼굴로 잡담을 주고 받으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칠순이 넘은 나이로 손수레를 끌며 고물을 수집하다가 점심때만 되면 매일 이곳을 찾는 할아버지, 이마에 굵게 파인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 등…

“쌀밥도 좋고 반찬도 그만이야, 입에 꼭 맞지, 정성이 담겨 있잖아.”

6개월째 단골손님(?) 이라는 한 노인은 “이젠 집에서 며느리가 차려주는 밥보다 여기서 친구들과 먹는 것이 더 좋아졌어…” 라고 말했다.

이들 노인들에게 구수한 된장국과 따뜻한 밥을 마련하는 사람들 또한 경주교당 자원봉사자들이다. 작년 11월부터 독거노인들을 위해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 경주교당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두 팀으로 나눠 봉사를 하고 있다.

“노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드느라 애를 쓰고 있습니다.”

싱싱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기 위해 분주한 박진원 교도의 말이다.

불교 자원봉사자·새마을부녀회원들과 돌아가면서 급식을 준비하는 경주교당 봉사자들은 시장 보는 일에서부터 음식장만과 설거지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해낸다.

이덕훈 교도는 “주로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며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만큼 더욱 잘해야 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한다.

보은활동이 곧 교화

이처럼 경주교당 교도들이 ‘무의탁 노인 목욕봉사’와 ‘독거노인 무료급식봉사’등 훈훈한 이웃사랑에 관심을 갖게 된데는 강명진 교무의 사회교화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보은활동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곧 교화지요”라고 말하는 강 교무. “봉공회를 중심으로 조직된 35여명의 자원봉사팀들은 이제 뿌리를 내렸습니다. 신앙생활이 곧 봉사로 이어지고, 다시 삶의 기쁨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 그게 큰 보람이죠…”

현재 30-50대의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경주교당은 그동안 1인1도와 잠자는 교도 깨우기 운동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한 결과 ‘젊은 교당, 훈훈한 교당’으로 바뀌었다.

교화의 여세를 몰아 강 교무와 교도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보은활동 만큼이나 중요하다. 안강군에 연원교당을 내는 일. 5월5일 기공식을 앞두고 있는 새 교당 3백평 부지에는 건평 74평의 법당과 생활관이 들어설 예정이란다.

“작년 8월부터 천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모아지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정성을 모으고 있다”는 교도님들. 봉사와 보은을 통해 혼연일체가 된 경주교당의 미래가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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