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로 향하는 시골 들녘, 저녁 무렵의 신록들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흐른다.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지은 업이 항하사 모래와 같다 하더라도 인과로써 녹여내고 추려내어 미래를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어느 세월, 만에 하나 강급이 된다 할지라도 우리 회상과의 끈을 놓지 않으리라. 감사한 마음을 즐기는 사이 만덕산훈련원에 도착했다.

바로 이곳이 교사에서 배우고 법문으로만 받들던 만덕산 성지. 법동지들이 이구동성으로 “참 좋다” “너무 좋다”고들 한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가운데 그 깊고 그윽함, 아늑하면서도 정갈함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여장을 풀자마자 주위의 수려한 경관을 둘러보던 교도님들은 대뜸 여름 휴가 법회는 만덕산으로 오자고 한다.

교당 다닌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은데 이제서야 만덕산 성지를 찾게 되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동안 신입교도들을 감안해 영산과 변산 그리고 총부와 성주를 중심으로 번갈아 순례했고, 또 배내훈련원이 인근에 있어 그랬던가 싶다.

일요일 새벽 다섯 시. 간밤에 한바탕 법정을 나누느라 늦게들 주무셨을 텐데 모두들 일찍 일어나 초선터로 향했다. 영산 마당바위 오른 길이 약간의 등산길이라고 한다면 초선지로 향하는 2km의 산길은 산책로 수준이라 할 정도로 평탄하고 좋았다.

6시경, 안내하시는 장현규 교무님으로 부터 원기 7년에서 9년에 걸쳐 초선지와 관련된 성자님들의 발자취와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모두 함께 아침 기도 시간을 가졌다. 약 80여년 전, 어떻게 이런 장소를 아시고, 찾게 하셔서 교단의 미래를 준비하셨을까? 위대한 성자들의 심원한 그 역량을 가히 헤아리기 어려울 뿐이다.

아침 식사 후 농타원 이양신 원장님을 모시고 법회 시간을 가졌다. 자그마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의 적공과 훈련 그리고 깨달음에서 오는 신념에 넘친 법문을 하신다. 그리고 적은 인력으로 성지를 가꾸고 지켜내는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시는 수고로움에 그저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그리고 현재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효소단식훈련원 불사가 원만히 진행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다시 찾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풍혈냉천을 들렀다. 이곳은 대산종사님의 오랜 염원으로 종사님께서 열반하시던 해 봄에 교단의 자산으로 사들였다고 한다. 마치 밀양의 얼음골과 같이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근처 약수터에서는 냉장고에 넣어둔 찬 물 보다도 더 시원하고 찬 맛의 물이 나오고 있었다. 주위에는 제법 넓은 개울도 흐르고 있어 후일에 성지와 함께 훌륭한 관광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번 만덕산 성지순례는 교단의 역사를 보다 깊이 있게 알게 되고, 또 역사의 현장을 더듬어 봄으로써 신앙심을 더욱 두텁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신창원교당 교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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