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급한 일


대종사님께서 조실에 계실 때이다. 한 제자가 황급히 조실로 와서 말씀을 올렸다.

“대종사님 큰일 났습니다. 방금 길주가 운명을 하였습니다.” 길주는 대종사님 둘째 아들로서 법명은 광영(光靈)이다.

그는 익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폐결핵으로 고생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한 것이다. 대종사님은 조용히 일어나시면서 “대각전에 있는 큰 종을 떼어서 집 기둥에다 걸어라”하셨다.

마루기둥에 걸쳐진 종을 보시면서 “저 종을 쳐라”하시더니, 조금 지나서 “그만해도 되겠다. 내가 왜 이 요령을 쓰지 않고 큰 종을 치라고 하였는지 너희들은 아느냐?” 그리고 말씀을 계속 하셨다.

“영가들은 자기가 죽어도 죽은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쇠소리를 들으면 제 정신이 들어서 법문을 들을 줄 안다. 길주가 어려서 어머니 옆에서만 자라고 컸느니라. 학교만 다니느라고 언제 수양을 하고, 생사 준비를 하였겠느냐? 그래서 종을 쳐서 정신을 차리면 생사 법문을 들려 주려고 한 것이다"

길주 옆에 빙 둘러앉아 있는 좌중들을 둘러보시더니 말씀을 계속하셨다.

“생사 준비가 아니 되었으니, 어머니 품에 딱 붙어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착심으로 붙어 있는 것이다. 이 집안에 수태할 수 있는 인연이 있으면 다행히 인도 환생하려니와, 그렇지 않으면 우마축생의 몸 안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은 수태할 수 있는 인연이 없어 인도환생은 힘들 것이고, 우마 가축도 없으니 축생보는 면할 것이다만 집안에 흔한 것은 쥐다. 쥐 가죽을 쓰고도 쥐가죽을 입은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부엌을 들랑날랑 할 것 아니냐? 그러면 어머니는 제 자식인 줄도 모르고 부지깽이로 때려잡을 것 아니냐? 생사가 일이 크고 중요한 것이며, 시급한 것이다.”

둘째 아들 시신 앞에서 내려 주신 법문에 생사의 이치가 드러난다. 즉 육도(六度)의 세계를 자상하게 밝혀 주신 것이다.

대종사님은 생사문제와 인과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하셨다. 생사의 해결은 생멸없는 진리를 깨쳐서 생사를 초월하는 것이요, 인과 보응의 진리를 깨쳐서 선도만을 걸어 가며, 선도가 흔들리지 않을 때 생사가 해탈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불법 수행자가 구하는 길이며 목적이다.

바쁘고 급한 일도 많을 것이다. 중요하고 먼저 하여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종사님은 “모든 사람에게 천만가지 경전을 다 가르쳐 주고 천만 가지 선(善)을 다 장려하는 것이 급한 일이 아니라, 먼저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 보응의 진리를 믿고 깨닫게 하여 주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인과품16장)고 하셨다.

<박남주 교무·하섬해상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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