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사랑방⑫ - 성리의 길

정산종사의 영·기·질 법문은 21세기 이 시대의 새로운 정신문화 창조를 위해 제기해 준 동양 기철학의 집대성이라고 본다.

정산종사의 영·기·질 법문은 정산종사 자신의 기체험에 의한 표현임을 알아야 한다. 이는 질기(質氣)에서 영기(靈氣)에 도달하는 여섯 단계의 체험과정이 그 속에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콜라이 하르트만’은 존재의 사단계설을 내놓은 바 있다. 그 첫단계가 물질이고, 그 다음 단계가 생물이고, 세 번째 단계가 마음이고, 네 번째 단계가 정신이라고 하는 사단계 구조의 존재일원론을 주장했다.

정산종사는 이와 유사한 존재 구조로 우주의 기를 체험한 것이 아닌가 본다. 물질은 곧 질기를 말하며, 그 물질을 토대로하고 그 위에 생명이 발생했다. 이를 생기(生氣)라고 보며, 그 다음 세 번째 단계에서 마음을 가진 인간의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인간은 심기(心氣)의 존재다. 이 심기를 토대로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는 행위를 하게 되었고, 때로는 동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추악성을 드러내면서 다방면으로 자연을 정복했다. 이것이 심기통(心氣通)이다.

그런데 이를 토대로 진리와 근본을 추구하는 노력이 일어나게 되었으니, 다시 깊은 철학과 높은 윤리를 제기하며 가치관을 세우려고 했다. 이로부터 인간 존재는 비로소 우주 전체의 구조와 생성원리를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며, 이 ‘정신세계’구축이 정기통(精氣通)이다. 말하자면 세속문명은 심기통에 근거하고 성스러움의 정신문화는 정기통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심기통·정기통의 두 단계에서 물질과학이나 도덕문화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런데 정산종사는 심기통·정기통으로 이루어진 이 현대문명에 자족하지 않고 더 한층 구도하여 화기통·영기통에 도달해야 오늘날 문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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