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내 직장생활의 처음

10년 전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을 설립할 당시. 장애인들을 처음으로 대하고 어찌할 바 몰라 서로의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던 일, 웃는 모습인지 우는 모습인지 잘 몰라 눈 돌려 모른척 했던 일, 인사받지 않고 먼 하늘만 올려다보며 얼굴 찡그렸던 일들 모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지만 내 직장생활의 처음은 그러했다.

이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 더더욱 애절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나의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보다는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해 지나쳐 버린 아쉬운 시간에 대한 억울함일까…

내가 근무하는 단기보호 시설은 장애인들을 주야간 보호 훈련하며, 장애인 가족들의 계속되는 보호부담을 덜어주고, 경제적인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또한 개개인의 재활의지를 북돋아 그들의 의지력 향상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랑과 봉사 정신으로 헌신을 다하는 부서이다. 하루, 이틀에서부터 한달 가량까지 재활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며 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아이들의 재활을 위하여 지도 교육을 할 때면 가슴속으로 울어야 할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눈가에 감사의 이슬 맺히고

다른 반찬은 일절 안 먹고 항상 김치찌개를 먹는 아이, 하루에도 열 두번 냉장고 속에 들어가 간식을 찾는 아이, 시시때때로 뛰쳐나가 어디론지 숨을 기회만 보는 아이,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물로 장난치는 아이, 최소한의 신변처리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

이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학습을 묵묵히 꾸준히 교육하며 호된 꾸지람과 무너지는 마음을 세워가며 1년 365일을 보낸다. 울고 싶을 때도, 포기하고 싶을 때도, 그냥 돌아서 모른척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얼굴 디밀며 닦아 달라고, 웃는 얼굴 한번 봐 달라고, 흐트러진 장난감 주워왔다고, 실례한 친구 있다며 손 잡아끌면 멋쩍어 진다. 토라진 나의 얼굴에 눈물을 머금게 하는 이들이 있어 내가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조금씩 커가는 모습에, 조금씩 나아지는 그 모습에, 혼자 해냈다고 자랑삼아 뽐내는 그 당당한 모습에 오히려 내 자신이 태산보다 더 높은 벅찬 가슴에 휩싸인다.


내 아이들과 다름없는 그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예뻐하는 줄 알고 좋아하면서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내 아이들을 생각한다. ‘누군가 내 아이를 돌봐줘야 할 때 그들에게 결코 부끄러움이 없도록 내 자신에게 충실하고 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돌봐야지. 결코 한 두 번의 교육이 아닌 진정함으로 사랑해야지. 내 마음속에 거짓이 없음을 이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해야지. 내가 힘들고 어려웠을 때 마음속 깊이 사은님의 말씀에 의지하였던 간절함처럼 항상 내 마음속에 이 아이들이 가득하도록 사랑해야지…’

직장에서 보호받는 장애 아이들과 지내다 퇴근하여 집에 오면 또 나의 보호를 바라다 보는 내 아이들. 둘 다 소중한 아이들이기에 내가 가진 사랑과 내게 허락된 시간을 그들에게, 그들을 위해, 그들의 뒤편에 서서 전해줄 것을 매일 매일 사은님 전에 다짐을 한다.

‘내 진정으로 그들의 마음을 귀로 듣지 않고 마음으로 들으리라. 속셈이 있는 허심으로 아니 듣고, 경솔하여 쉬이 내 속마음으로 먼저 듣지 않으리라. 가진 작은 것에 감사하며 나누어줘도 줄어들지 않는 촛불처럼 나누며 사랑하며 살리라.’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허허벌판에 빨간 벽돌건물 두 채.

이제 함께 생활하면서 장애인의 한 명 한 명 특성을 이해하고 그 아이들의 재활을 위하여 조금씩 조금씩 노력할 때면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런 아이들이 하나 둘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흐뭇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린 아이들을 안고 식사지도를 할 때면 나의 아이들이 생각난다. 자녀 둘을 키우고 있기에 부모의 마음과 아이들의 욕구를 더욱더 잘 헤아릴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이들에게서 진정한 은혜를 발견한다. 모두가 나의 아이들이자 산 부처님이다.

김 인 도 교도
유린교당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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