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스승님

▲ 졸업식 때 숭산 박광전 총장님을 모시고(오른쪽이 필자)
내 일생중 가장 닮고 싶은 스승님 한 분이 계시니 원광대 초대 총장님이셨던 숭산 박광전 종사이시다.

숭산 종사님은 소태산 대종사님의 3남 1녀중 장남으로 유년시 길룡리에서 한문 수학하시고 이리 보통학교를 거쳐 서울 배재고등보통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신 후 일본 동양대학 철학과를 마치셨다.

숭산 종사는 원기31년 유일학림 학감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원기33년에는 교정원장직을 겸하셨고, 36년에는 원광대학 초대 학장에 취임하신 이래 원기71년 12월 열반시까지 대종사님의 유업을 계승하며 대학창업과 교학수립 및 해외 교화 등에 일생을 바치셨다.

바쁜 일정속에서도 월요일 첫 시간만은 전체 교학과 학생들에게 90분 동안 대종경 강의를 꼭 해 주셨다. 교학과 교수님들도 거의 참석하셨으며 90분 내내 웃음과 해학이 넘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유년시부터 총부생활만 하셨을 텐데 어떻게 세속 생활을 그리도 속속들이 손바닥 들여보듯 알으시고 말씀해 주시는지 정말 의아할 따름이었다.

숭산 종사님은 서울에 출장하실 경우 고급차를 마다시고, 숙소도 호텔이 아닌 종로 보화당 뒷 골목 여관을 애용하시며 절약된 경비는 꼭 학교 경리과에 반납하셨다 한다. 공무로 출장가실 때에는 서울에 사는 자녀집에 절대 방문하지 않으실 정도로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시었다.

1980년 초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목표아래 각 시·도 사립대학 이사장과 총장의 사생활을 모기관에서 암행감사 했다. 원광대학도 그 대상에 들어 총장님 생활을 비밀리에 조사한 결과, 식사는 원광대학 식당에서, 거처는 총부 구내 구사무실 아래편 3평도 채 되지 않고 방바닥은 연탄불에 까맣게 탄 방인지라 그대로 사진에 담아 보고하자 최고위 사정담당자가 ‘원광대학은 더 이상 조사하지 말고 사정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명령을 내려 그 해 교육부 감사를 받지 않고 모범 대학교로 선정되어 여러가지 지원을 많이 받았다. 사실 나는 대학시절 총장님께서 거처하시던 그 방을 3년 6개월 동안 청소했기에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체구에 비해 너무 좁은 방이라 총장님은 대각선으로 누워 주무셨을 것이다. 공과 사가 분명하시고 검소하시며 학덕 겸비하신 어른이셨기에 숭산 종사님은 내가 진정 닮고 싶은 큰 스승님이셨다.

“이 몸이 성도하여 우뢰같이 소리질러 물욕에 잠긴 우리 동포 새로운 정신 깨우치리라. 이몸이 성도하여 사바세계 법종되어 질서없는 우리 동포 차서의 법로 열어주리라”

이는 숭산 종사가 지은 ‘나의 원’으로 성가 112장이다.

<동광주교당 부회장·동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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