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땅 ‘핵폐기장 반대'
추억만들기…원기100년도 타임캡슐 제작

최근 한반도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 부안. 새만금 간척사업에 이어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한창 들끓고 있을 무렵 ‘부안교당 학생회’를 찾았다.
부안군민들의 분노를 표현하듯 모든 것이 황폐해진 부안군청 앞을 50여m 지나 들어선 곳. 부안교당 3층 법당을 오르는 계단으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분노한 가슴을 위로하 듯 흐른다.
법당에선 해맑은 얼굴의 청소년들이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띠며 끼리끼리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피아노 앞에 앉은 한 무리의 아이들 속에서 이들의 지도교무인 김경은 교무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들 속에 폭 파묻힌 또 하나의 청소년이라 해야할까!
“우리 교무님은요, 친구처럼 편해요. 언제 들러도 늘 반겨주시죠.” 친구로 표현할 정도로 친근함을 느끼는 교무님이기에 아이들의 교무님에 대한 표현에는 서스럼이 없다. 그래서 김 교무가 무엇을 당부하는데도 자기 의사표현을 분명히 한다. 그러면 애원하다시피 부탁을 하는 김 교무. 그제야 마지못한 듯 조건을 내세우며 수락하는 아이들의 모습. 버릇없다는 모습 보단 오히려 자연스러움이 드는 것은 그동안 이들이 쌓아온 끈끈한 정 때문일 것이다. 곧 이어 김 교무의 핵폐기장 반대 촛불기도에 참석해 어른들을 위로하는 공연을 하자는 제안. 아이들은 보다 재미있는 공연으로 어른들을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할 묘안을 짜낸다.
슬쩍 다가가 핵폐기장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청소년이라곤 믿기지 않는 단호한 답이 돌아온다. “안되죠. 앞으로 우리가 살 땅인데요. 우린 청정 부안에서 살고 싶어요. 그래서 매일 밤 사은님께 기도 드려요.” 또 이들은 “그래서 고생하는 어른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운 듯 바라보던 김 교무는 “학생시절의 아이들은 가장 꿈이 많은 시절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간직할 수 있도록 활동을 한다”면서 “매년 1월에 실시하는 소록도 봉사활동이나 , 2월에 실시하는 아이들의 축제인 원화의 밤, 그리고 매년 식목행사에 나무를 심게 함으로서 그러한 꿈을 영글게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추억만들기는 자전거 하이킹, 기차여행, 제야의 밤 종치기 등등으로 쌓이고, 이러한 활동이 있기에 부안교당 학생들은 학업에서뿐만 아니라 여타 봉사활동에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다.
“원기85년 12월31일 날, 원기100년도에 되어있을 자기 모습을 그리며, 편지를 썼죠. 그리고 그것을 법당 옆에 묻어두고, 원기 100년 10월 10일 밤 10시에 모두가 모인 가운데 그것을 파내어 펼쳐 보기로 했어요. 거기에 적힌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죠.”
또 하나의 추억을 파묻어 두고, 소중한 꿈을 키우는 이들은 법회를 마치자 “우리가 살아갈 땅을 지키자”며 촛불기도의 장으로 모두 향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