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큰 스승님

▲ 학창시절 동창이었던 장응철 교정원장(왼쪽)과 함께
대학 3학년 가을, 전국 교무 강습회가 총부에서 개최되었다. 당시 총부는 교무님들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방이 부족했다. 때문에 남학생 기숙사가 남자 교무님들의 숙소로 사용되고, 남학생들은 총부의 여러 방으로 분산되어 강습회 기간 동안 지내야만 했다.

나는 산업부 외양간 앞방에 배치되어 어느 법우와 함께 머물렀다. 나는 방 안쪽에서 잠을 잤고 그 법우는 문쪽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무의식중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내 머리 정수리는 문턱에 바짝 붙어있고 문이 거꾸로 보이며, 사람 얼굴 모습이 여럿 보였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 보이곤 했다. 동시에 몸이 붕 공중으로 솟았다가 떨어지고 또 솟아 오르고 떨어지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자세히 살펴보니 감곡 교무님외에 대여섯 분이 나를 붙들고 계셨다. 그 때가 새벽 3시경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날 밤, 산업부장님께서 주무시는도중 쿵쿵 소리에 소도둑이 들어온 줄 알고 외양간에 가 보니 소는 아무 일 없고 그 앞방에서 나는 소리거늘 문을 열어 보았단다. 내가 머리와 두 발만 땅에 대고, 등과 허리는 완전히 공중으로 떴다가 가라 앉기를 여러번 하면서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더란다. 곧바로 몸을 90도로 틀더니 물고기가 물살을 헤치고 전진하듯 쏜살같이 두 발로 밀면서 문턱으로 오더라는 것이다. 무슨 병을 앓고 있는 줄 알고 산업부장님은 문을 닫고 가시고 함께 잤던 법우는 무서워서 밖에 서 있었단다.

그 뒤에도 계속 쿵쿵 울리는 소리가 나자 약 100m 거리 송대에 계시던 대산종법사님께서 시자(故 권준원 교무)를 깨워 ‘산업부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빨리 가보라’는 말씀에 급히 와서 보니 내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더란다. 급한 김에 문을 열어 놓고 감곡 교무님을 깨워 모시고 왔던 것이다. 누습한 방에 연탄을 피워 그 가스에 중독되었던 것이다. 바로 딴 방으로 옮겨 놓고 이리시내 외과의사를 초청하여 응급처치로 생명을 건졌다. 의사는 연탄가스에 중독되면 잠들 듯 죽는 것이 상례인데 나와 같은 경우는 십만분의 일의 확률이라고 하시면서 기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종법사님께서 직접 나의 방에 자주 오셨으며 오실 때 마다 경옥고 등 보약을 주시며 ‘이 약 먹고 빨리 나아라, 너는 두 번 사는 것이니 죽은 폭 잡고 전무출신 잘 해야 한다. 당분간 일체 공부는 하지 말고 약 잘 먹고 맑은 공기 많이 마셔라’고 격려해 주셨다. 처음부터 전무출신을 권장해 주셨고 목숨까지 구해주신 큰 스승님이셨기에 전무출신 잘하여 보은하겠다고 굳게 거듭 다짐하며 약 한달 동안 열심히 치료하였다.

<동광주교당 부회장·동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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