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걸어온 영원한 방송인

부산원음방송은 내 인생의 2라운드 정성 담긴 방송으로 청취자 마음 끌어

“부산원음방송은 내 인생의 2라운드입니다.”

올해 부산원음방송이 생기면서 창립멤버로 참여한 문수복 편성제작국장. 그는 이 한마디로 원음방송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30여년간 오직 한길만을 고집하며 공영방송에서 몸담았던 시간들과 비교할때 원음방송에서의 지금 자리는 그에게 어쩌면 뒤안길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부산원음의 아침·저녁시간대 프로그램을 보면 그의 열정과 방송 외길로 걸어온 고집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부산원음은 종교방송입니다. 그리고 또 갓 출발한 방송이죠. 그러기에 타 방송과는 아직 경쟁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과, 차별화가 필요하죠.” 그래서 그는 다른 방송이 하지 못하는 것을 시도했다.

프로그램 코너 코너마다 음악을 삽입, 그 소리만 듣고도 벌써 청취자들이 느낌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작은 것이지만 초를 다투는 방송이기에 이러한 변화에도 그만큼의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청취자들에게 다가가 “타 방송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 비로소 방송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그의 꼼꼼함과 방송에 대한 열정은 외모에서도 잘 나타난다. 백발의 머리를 잘 다듬은 모습이나, 투명한 안경 너머로 사물을 바라보는 눈빛,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매무시에서는 어디 한곳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제작한 방송에서는 이런 성격이 그대로 투영된다.

“방송쟁이들에게 가정은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고 말하는 그는 “방송은 애착이 없고, 적성이 맞지 않으면 힘들다”고 단적으로 표현한다. “방송쟁이로서 별로 끼가 없어 보인다”고 은근슬쩍 던진 말에 “나는 발산하는 끼 보다는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 끼를 대신한다”며 웃어 넘긴다.

부산원음방송과 관련해, 그는 “종교방송이면서도 거부감 없는 방송을 지향하는 것이 참 좋다”면서 “종교방송은 특정 신자들만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젖어들어 영성을 밝히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종교의 테두리 속에서 관료적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도 개진하며 근무할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이런 것이 ‘되는 방송’의 조건이 아니겠는가”라며 “좋은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보다 질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송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문수복 국장의 방송인생은 대학졸업 직후 옛 동양방송 라디오 프로듀서로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후 KBS로 옮겨 라디오 방송을 맡아 제작하다,

1972년 KBS TV의 PD(프로듀서)로 본격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초기 라디오 방송에 몸 담았던 것들이 오늘날 원음방송 제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히기도.

특히 그가 맡은 분야는 다큐멘터리쪽. 그는 “방송쟁이의 자질이 있어야 다큐멘터리 제작이 용이하다”며 “특히 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상 무질서한 프로그램보다는 짜임새있는 다큐멘터리쪽이 적성에 맡는 것 같다”고 밝힌다.

그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보면 방송계에서의 화려한 일면도 엿볼 수 있다. 1990년대에 그가 책임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했던 ‘사건25시’ ‘심야토론’ ‘지구촌 파노라마’는 3,4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프로그램.

‘사건 25시’을 제작하면서 일어났던 이야기 하나. 왕십리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세를 들어 장사를 하는데, 세입자 대표가 사기를 쳐 건물 전체를 가로챈 일이 발생했다. 사건 제보를 듣고는 현장에서 이야기를 청취해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문제 해결이 되었다. 그때 그 가난한 사람들이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는데, 그것이 ‘짜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면서도 그렇게 흐뭇할 수 없었다고.

또 하나 그의 기억에 우물처럼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1972년도에 제작한 라디오 다큐멘터리 ‘낙동강 7백리’. 합천 황강에서부터 낙동강 하구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며 낙동강에 얽힌 사람들의 삶의 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송한 것이다. 이러한 기억들이 그를 자꾸 삶의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찾는 쪽으로 끌고가는 모양이다.

그는 창원KBS편성제작국장을 그만두면서 “이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얼마동안 6미리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전국 사찰을 돌며 불상에 새겨진 다양한 미소를 담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을 완성하지 못하고 원음방송으로 자리를 옮겨 돌아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방송쟁이인 모양이다”며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이러한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털털 웃는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다 잠깐 들른 자리, 안인석 부산원음방송 본부장은 “문 국장님이 와서 방송이 빠르게 안착되어 간다. 그동안 교단에 쏟지 못한 정열을 한꺼번에 불사르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야기 속에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깔끔한 이미지를 쏟아 놓는데, 그것을 어찌 다 주워 담으랴. 그가 제작한 방송을 통해서 가까이 느껴볼 수 밖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