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님의 안타까움

지금의 직장을 갖기 전, 호구지책으로 학원에서 수학강사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가르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모르는 채로 견디며,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세였다. 숙제를 내 주면서, 못 풀어도 좋으니 답을 보지 말고 고민하다 오라고 해도 다음날 보면 대개 답을 보고 오는 편이었다. 또한 답을 안 보았다며, 고민도 별로 안해 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의 법이 가장 좋은 법이라고 자신하지 못하지만 나의 뜻에 따라 정성을 쏟는 학생이 없었던 일은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선 나의 지도법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학생들도 내가 서울대를 나오고 박사로서 가르치는 위치에 있을진대 나를 믿고 한번 성심으로 해볼 만도 했을텐데, 결국 그들은 나의 법을 배워가지 못했으니 나보다는 그들에게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어떤 퀴즈문제를 약 1년을 머리에 두고 다니면서 여행다닐때 같이 한가할 때면 생각하다가 풀어낸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은 사소할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아득하게 느껴지던 문제가 차츰 그 의미를 드러내고 마침내는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 풀어내기까지의 경로를 밟으면서 내가 얻은 자신감과 기쁨 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경험을 말하는 것은 대종사님께서 자수자각으로 큰 깨달음을 얻으신 후, 자신있게 내신 법­스스로 正典(바른 경전)이라 이름하신 점을 되새겨 보자­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정성스럽게 또한 대종사님의 본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가를 생각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종사님은 대종경 수행품 1장에서 ‘일상수행의 요법을… 그 뜻을 새겨서 마음에 대조하라는 것’은 ‘대조하고 또 대조하여 챙기고 또 챙겨서 필경은 챙기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되어지는 경지에까지 도달하라 함’이라고 하시면서 ‘이 챙기는 마음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상시 응용 주의사항과 교당 내왕시 주의사항을 정하였고 그것을 조사하기 위하여 일기법을 두었다'고 하시면서 ‘물샐 틈 없이 그 수행방법을 지도하였다'고 장담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내가 대종사님의 지도방법에서 ‘물샐 틈 없이' 짜진 법이라는 실감을 절실히 느끼지 못했더라는 것이다. 어느 날, 앞에서 말한 학원강사 시절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내가 대종사님의 지도방법을 철석같이 믿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그대로 실행하려는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감상을 얻었다.

이제 나는 일상수행의 요법(수행편 1장)­우리의 교법인 일원상과 사은사요 삼학팔조가 이 안에 다 들어 있음은 대체로 아시겠지요? 잘 모르시면 꼭 교무님과 문답하세요­을 마음에 대조하고,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수행편 2장)을 일과에 포함시키려고 노력중이다.

아직은 설익은 상태라 전 교도님들 앞에서 말이 앞서는 꼴이 되었지만, 수행편의 모든 장과 특히 ‘물샐 틈 없이’와 관계가 깊어 보이는 일기법(수행편 6장)을 정전에 있는대로 실천하려고 노력중이다. 이렇게 설익은 상태에서도 재미있는 효과를 얻은 바가 있으니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부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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