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0. 6㎝. 표주박 안은 야자열매 특유의 하얀 바탕에 희고 섬세한 줄무늬가 이색적이다. 이 표주박은 대종사 겨울 철에 해수(咳嗽)로 기침을 하시며 ‘나는 길을 몰라서 온갖 절절한 구도 고행 끝에 도를 얻었으나 그대들은 대승 수행의 빠른 길을 알게 되었으니 이것이 큰 복이라’(대종경 수행품 47)고 말씀하신 간곡한 법문을 상기시킨다.

표주박은 청년 대종사가 구도행각을 하실 적에 이곳 저곳 석간수로 목을 축이며 미싯가루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 치열한 운수행각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표주박은 원기48년 향산 안이정 원로교무가 영산선원장으로 재직시, 대종사 22세 때부터 대각하던 26세까지 구도와 입정(入定) 시절에 물심 양면으로 정성을 다하여 시봉한 이원화 할머니로부터 전해 받은 것이다.

안 원로교무는 원기8년 전무출신을 서원해 영산지부 창설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고, 제1·2차 방언공사를 뒷바라지하는 한편 영산성지 수호와 미화에도 온갖 정성을 다하였다. 또한 후덕하고 인품이 중후하여 초창기 영광지방에 많은 사람들을 입교시킨 선진이기도 하다.

이 소박하고 가벼운 표주박은 영산대학에 소장되어 오다가 원기76년 본 박물관에 이관되어 소태산관 신룡전법실에 전시되어 많은 뜻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학인 원불교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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