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도영 교무/수위단회사무처장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폐허 그대로였다. 자연의 위력 앞에 너무나 무기력한 인간은 할 말을 잃었다. 절망감과 허탈감만 남은 채 실의에 빠져 있는 수재민들에게 온정의 손길이 밀물처럼 뻗치고 있다. 수재민들과 동고동락하려는 구호의 손길과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눈물겹기만 하다. 구호와 봉사의 아름다운 활동은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삶의 가치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려는 활동은 우리의 삶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진리적으로 보더라도 한량없는 복덕을 쌓는 일이 된다.

그런데 평소에 우리는 직접적인 봉사활동 외에도 많은 복덕을 쌓을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희공덕(隨喜功德)이라는 것이다. 따를 수, 기뻐할 희 즉 다른 사람이 선업 짓는 것을 보고 같이 기뻐하면 자기도 그 사람이 받는 공덕과 똑같은 공덕을 받게 된다는 인과법칙이다. 악업을 같이 기뻐하면 똑같은 죄업을 받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화경에 수희공덕품이 있을 정도로 부처님께서 많이 강조해 주신 법문이다. 부처님 법문이 하나도 틀림이 없다면 수희공덕으로 우리 삶의 자세를 한번 바꾸어 보면 어떨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복 받기를 좋아하면서도 복 짓기를 게을리 하고, 다른 사람이 복 받는 것을 보면 시기 질투한다. 그래서 옛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남이 잘 되는 것을 같이 기뻐하고 격려해 주며 칭찬하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헐고 깎아 내리며 음해한다면 수희공덕은 말할 것도 없고, 있던 공덕도 깎아 먹는 결과가 올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라고 치부하고 이제부터라도 수희공덕 쌓기를 시도해 보자. 힘든 노동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없는 성금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남이야 알든 말든 밖으로 표현을 하던지 아니면 마음속으로라도 같이 기뻐해 보자. 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나 자꾸 해보면 저절로 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변해 감을 발견하고서는 놀란다.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수희공덕과 잘 어울리는 말이다.

부처님께서는 한 말씀 더 부촉 하시기를 잊지 않으신다. ‘수희하여 공덕이 되는 것을 보고 수희하면 똑같은 공덕이 되고, 또 그 공덕을 수희하면 똑같은 공덕이 되어 수만 번 수희가 되더라도 그 공덕 또한 같나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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