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걸 교무
“하루 품삯은 곧 나오나 일년 농사는 가을에야 수확되듯이, 큰 이익은 늦게 얻어지고 큰 공부는 오래 걸리나니라. 복을 조금 지어 놓고 곧 안돌아온다 하여 조급증을 내지 말고 계속하여 더 지으며, 죄를 지어 놓고 곧 안돌아 온다고 안심하지 말고 곧 참회 개과하라. 한도가 차면 돌아 올 것은 다 돌아 오나니, 꾸준히 방심하지 말고 공을 쌓으라.”(정산종사법어 무본편 43장)

이는 공부를 하여도 별 진전이 없고, 교화를 한다 애쓰지만 별 발전이 없다며 가라앉기 쉬운 우리 어리석은 중생들의 마음을 일깨우는 정산종사의 법문 말씀이다.

그렇다. 우리의 민족성을 돌아보면 잦은 외침과 좁은 땅덩어리, 높은 인구밀도 등의 탓인지 왠지 급하고 서두르는 경향이 짙다. 그리하여 모든 일에 샴페인을 빨리 터뜨리는 것 같다.

우리 교단도 그러한 민족성의 영향인진 몰라도 교화 발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조급증을 내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는 전무후무한 대도정법 회상을 자신있게 열으신 새 주세불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와 개벽계성 정산종사, 두분 위대한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신 자랑스런 원불교인들이 아닌가?

대종사와 정산종사가 자신있게 예시하신 양양한 교운(敎運)의 전도를 두 마음 없이 믿으며,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겠다.

이 나라의 지도자를 우리가 선택한 이상 그가 임기 동안 자신의 경륜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믿어주며 작은 허물은 덮어줄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듯이, 우리 교단도 지도자들이 자신의 임기 동안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합력하고 법가지(法可止)해온 좋은 풍토를 더더욱 진작시켜 가야 하겠다.

그렇다고 구성원들에게 인고와 희생적·무비판적 신성만 요구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는 진정 대중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다. 외형적 발전에 우선한 지난날의 정책을 과감히 개혁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교단의 실다운 교화 내실을 다지며, 대중의 어려움과 고뇌를 세심하게 살피는 리더들이 되었으면 한다.

지도자와 대중, 재가 출가, 선후진 남녀 동지가 서로를 신뢰하고 자신이 처한 자리 자리에서 스스로 부끄러움 없는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큰 공부와 교화로 결실 맺는 풍요로운 그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지닌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무·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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